사람들을 만나면 어디 사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동네 이름을 말하면, 다들 비슷한 반응이다.
"교육열이 높으신가 봐요." 이곳에 정착한 이유는 80퍼센트가 교육 때문이고, 나머지 20퍼센트는 환경 때문이다. 내가 사는 곳은 학군 지다. 소위 대구의 대치동이라 불리는 수성구. 대구에서 가장 많은 학원가가 집중되어 있어 타 지역에서도 많이 오고, 부동산 공부하는 사람들이 발품 파는 '임장' 1번지이기도 하다. 수능시험이 끝난 후 동네 광경은 이사차량으로 분주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부모가 학교, 학원, 아파트, 교통량 모든 게 몰려있는 여기로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단연코 학구열이다. 원래부터 이곳에서 나고 자란 부모들도 많다. 다른 동네에 살다가도, 아이들 입학을 앞두고 다시 들어오기도 한다. 동네 안에서 학교와 학원이 해결된다. 상가건물인데 1층부터 학원인 곳도 많고, 한 건물에 여러 수학 학원 간판이 걸린 곳도 많다. 대형 학원 및 공부방 건물이 이웃하게 줄지어 있다. 더 놀라운 건 그 많은 학원에 학생들이 넘친다. 도보로 15-20분을 걸어야 하는 곳도 있지만, 적어도 교통체증으로 도로에 갇힌 시간만큼은 절약할 수 있다. 밤 10시가 되면 대형 학원에서 나오는 아이들 모습이 장관이다. 그 앞에 대기하고 있는 차들도 양방향 가장자리 차선이 빼곡하다. 시험 기간이 되면 새벽 1시에도, 주말 오전에도 비슷한 상황이다. 골목골목 오가는 차들이 꼬이다 보니, 이런 시간에는 당연히 걸어 다닌다.
두 번째는 환경이다. 아이가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는 부모도 요즘은 많다. 현재는 공부에 관심이 없더라도, 공부 잘하고 인성 바른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보면 흥미를 가지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많고. 나쁜 길로 빠져도 평균 이하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 믿는 이들도 많다.
아직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도 공부보다는 예체능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는 육상과 축구를 배운다. 둘째는 축구, 수영, 바둑을 배운다. 공부에 할애하는 시간이 다소 적은 편이라 걱정되기도 하지만, 적당한 시기가 오면 자연스레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하는 예체능 분야에서 특기를 발휘한다면 목표와 방향을 변경할 수도 있을 테고.
세 번째는 문화 인프라다. 학군이 좋은 지역은 생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이곳도 그렇다. 가까운 거리에 도서관이 몇 군데나 있다. 전국에서 알아주는 곳도 있고.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사람들로 가득하며 교양 수업 퀄리티도 뛰어나다. 맛집도 많다. 브런치 카페, 회식 장소, 가족 단위 고객 맞춤 식당까지 다양하다. 식당이 즐비한 거리에는 낮이면 카페에서 모임을 갖는 학부모, 저녁이면 간식을 사러 오는 가족들로 활기 넘친다. 도보 10분 거리 안에 마트, 시장, 병원, 은행, 관공서, 운동센터 등이 모여 있어 생활이 편리한 것도 큰 장점이다. 주말이면 가까운 수성못이나 들안길에서 가족들과 산책을 즐길 수도 있고, 근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운동할 수도 있다. 이런 편리한 생활환경은 단순히 교육만이 아닌, 가족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차(茶)를 공부하면서 '명산(名山)에서 명차(名茶)가 난다'는 책을 봤다. 아직 읽진 않았지만, 제목만으로도 깊은 울림이 있다. 중국을 대표하는 10대 차 중 하나인 무이암차를 마셔보면 그 의미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한 가지 차나무의 싹과 잎만으로도 충분하다. 아무것도 보태지 않아도, 그 차나무만이 가진 독특한 향과 맛에 자연스레 빠져든다.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인 기문홍차도 마찬가지다. 수확 시기에 따라 신야, 마오펭, 공푸 순으로 등급이 매겨지지만 과일향, 꽃향, 와인향은 변함없이 남아있다. 명차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한 것처럼,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주고 싶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