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시간의 마법
매일 아침 5시 반. 따뜻한 홍차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차를 마시고 약 40분이 지나면 놀라운 변화가 찾아옵니다. 차에 포함된 테아닌 성분이 뇌의 알파파 활동을 증가시켜 명상할 때처럼 편안하면서도 집중된 상태로 만들어줍니다. 이런 고요한 상태야말로 글쓰기에 이상적이죠. 제가 찾는 '나만의 글쓰기 루틴'을 알려드리고, 다른 방법도 고민하고자 합니다.
당신의 골든타임은 언제일까요?
사람마다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시간대가 다릅니다. 저는 고요한 아침 시간을 택했지만, 늦은 밤에 영감을 얻는 분도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인 박완서 선생님은 새벽 4시에 일어나 아침 9시까지를 글쓰기 시간으로 정했습니다. 이 고요한 새벽 시간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와 같은 명작이 탄생했죠. 나에게 맞는 시간을 못 찾겠다면, 2주 정도 다양한 시간대를 활용해서 써보세요. 언제가 가장 편하고 생산적이었는지 1점부터 5점까지 점수로 남기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그중 최적 시간대를 찾아 글쓰기에 헌정해 보세요.
나만의 공간 만들기
글쓰기 공간은 곧 작가의 둥지입니다. 저는 주방 식탁을 제 작업실로 삼았어요. 창가에서 들어오는 자연광, 차에서 올라오는 향이 은은히 퍼지는 여기야말로, 몰입이 최상태가 되는 장소죠. 황순원 작가는 경희대 교수 시절에, 캠퍼스 안에 있는 작은 연구실을 창작하는 공간으로 삼았어요. 거기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소나기』처럼 보석 같은 문학이 탄생했죠. 때론, 변화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집중이 떨어질 때는 음악 소리도 나지 않는 스터디 카페로 갑니다. 조용히 공부하는 다른 사람들의 열정에 자극받으며 글쓰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죠.
의식(儀式) 이 주는 마법
글쓰기 전후, 작은 의식을 하는 것도 글쓰기 모드로 전환하는 데 도움 됩니다.
이외수 작가는 글쓰기 전, 반드시 커피를 직접 내린다고 합니다. 바흐 음악도 틀고요. 일관된 의식이 창작을 위한 문을 열어주었죠.
저처럼 차를 우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도 추천합니다. 차 안에 있는 테아닌이 우리 뇌를 편안하게 각성시켜 주니까요. 마음이 차분해졌을 때,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가면 됩니다. 글을 쓰고 난 뒤에는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하며 마무리하는 것도 좋고요. 나만의 시작과 마무리 의식이 루틴으로 자리 잡으면, 글쓰기가 부담스럽기보다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겁니다.
지속하는 힘
하루가 24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이렇게 말이죠.
"하루 중 1시간을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다. 내가 가진 온전한 시간은 23시간이다.'처럼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할까요? 매일 같은 시간에 글을 쓰다 보면, 몸이 먼저 그 시간을 기억하고 준비하게 됩니다. 그걸 의식적인 준비 과정인 '리추얼'이라고도 하죠.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가까이 두는 것도 좋죠. 그 책을 읽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안하거든요. 구석구석 숨은 문장은 글감을 찾는데 영감을 주고, 나만의 색다른 문체로 발전하게 될 수도 있고요.
글을 쓰기 위한 완벽한 순간이나 환경을 기다리는 작가는 없습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글을 쓰는 작가가 있을 뿐이죠. 내가 가진 이야기는 나만 들려줄 수 있듯이, 당신이 가진 이야기도 마찬가집니다.
오늘부터 작은 습관으로 시작해 보세요. 당신만의 고유하면서도 견고한 루틴으로 자리 잡을 때까지 이어가 보는 거죠. 그때가 되면 비로소 글쓰기는 두려운 대상이 아닌, 일상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