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쓰고 싶어도 글감이 없어요."
저도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인데 대체 뭘 쓰란 말인가 싶었죠. 일상과 주변에만 집중해도 넘쳐난다는 데 그조차 와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관점과 태도를 달리하니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관찰하고, 메모하고, 책을 읽으며 내가 경험하는 모든 순간이 글감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매일 마주하는 일상, 스쳐 가는 감정, 책에 담긴 문장까지도 가능하다는 걸요.
'글감'을 발견하고 수집하는 방법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1. 관찰하는 습관 기르기
우리는 매일 수많은 순간을 지나칩니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 향, 어제보다 새초롬해진 날씨, 퇴근길 지하철에 앉아있는 승객까지. 어제오늘 다를 바 없겠지만 의식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면 작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자세히 보는 것부터 글쓰기의 시작입니다.
예시 1:
(평소) 오늘 아침에 커피를 마셨다.
(관찰 후) 아침 햇살이 비치는 주방에 원두 향이 퍼졌다. 첫 모금의 쌉싸름함이 잠을 물리치기 시작했다.
예시 2:
(평소) 마트에서 장을 봤다.
(관찰 후) 제철 딸기의 붉은빛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입 베어 물자 봄이 입안 가득 퍼졌다.
예시 3:
(평소) 아이가 학교에 갔다.
(관찰 후) 책가방이 아이 등보다 큰 거 같았다. 돌아보며 손을 흔드는 뒷모습에서 한 뼘 자란 키가 보였다.
2. 메모하는 기술
메모는 떠나려는 기억을 붙잡아줍니다. 스마트폰 메모장, 녹음 앱, 수첩, 다이어리 등 자신에게 맞는 도구를 곁에 두세요.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 영감, 인상 깊었던 순간, 기억하고 싶은 문장, 마음을 움직이는 장면을 그때그때 기록하는 겁니다.
짧은 문장이나 단어로도 충분합니다. 조각으로 흩어진 기록을 연결만 해도 글감이 되고 글이 되니까요. 그마저도 하지 않으면, 기억에서도 붙잡을 수 없게 됩니다.
예시 1:
(기록 전) "책에서 좋은 구절을 봤는데...
(기록 후) "'사랑은 두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 내 경험과 연결해 글감으로 발전시키기."
예시 2:
(기록 전) "오늘 엄마와 통화했는데 뭔가 쓸 만한 게 있었는데..."
(기록 후) "엄마의 된장찌개 비법 - 멸치 대신 새우로 육수 내기. 할머니에게 배운 방법이라고.
-3대째 이어지는 맛."
예시 3:
(기록 전) "카페에서 본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
(기록 후) "노부부의 데이트. 할아버지가 케이크 포크로 조각 내주는 모습. 할머니의 수줍은 미소.
-50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사랑."
3. 책 속에서 글감 찾기
책은 글감 창고입니다. 소설 속 인물, 인물 심리 묘사, 인물이 겪는 경험, 감동적인 문장, 시 속에 담긴 서정적 표현까지도 글을 쓰기 위한 영감이 됩니다. 주의할 점은 그대로 베끼지 않아야 한다는 겁니다. 나만의 경험과 생각을 더해 새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켜야 합니다.
예시 1:
(참고)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좋다.
(재해석)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읽으며 떠올린 나의 20대. 테이블마다 전화기가 있던 번화가에 있는 카페, 친구와 나눈 끝없는 대화. 그때 방황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예시 2:
(참고) 이어령 작가가 쓴 책 속 문장이 인상 깊었다.
(재해석) 『지성에서 영성으로』에서 만난 문장 - '젊음이란 미래를 향한 순례의 시간이다.' 내 젊은 날의 방황과 도전이 순례의 시간이었음을 깨달았다. 지금도 이어지는 나의 순례 이야기를 써보기.
예시 3:
(참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인기가 많다던데.
(재해석)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출근길 가로수 아래 피어난 민들레를 보며 떠올린 시구. 일상의 작은 것들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기록하자.
보고 듣고 읽는 모든 것이 글감이 됩니다. 스쳐 지나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는 눈과 마음, 책을 통해 만나는 감동의 순간들을 포착하면 됩니다. 기록하는 도구만 있다면 써 내려갈 이야기는 풍성해집니다. 특별한 사건,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어도 됩니다. 예시로 든 내용처럼 각자의 시선으로 담아낸 순간, 책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문장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거기서 발견한 글감이 한 편의 글로 탄생되는 즐거움을 만나시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