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앞에 앉아 빈 화면만 보는 경우 있지 않은가요? 손가락은 자판 위에 있지만, 시작조차 하지 못할 때가 있을 겁니다.
"어제까지만 해도 머릿속에서 쓸 내용이 가득해서 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노트북을 켜니 한 글자도 써지지 않네요."
수업 시간 때마다 자주 듣습니다.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죠. 공감합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초보 작가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도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하면 망설여집니다.
글쓰기 불안 주요 원인
첫째, '완벽주의'입니다. 어떤 분은 첫 문장에만 세 시간을 보냈다고 했어요. '이렇게 써도 될까?' '저렇게 써도 될까?' 고민하다 결국 한 줄도 못 쓰고 노트북을 덮으셨다고 합니다. 첫 문장을 완벽하게 쓰려다 아무것도 쓰지 못한 거죠.
처음부터 완벽한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손과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완벽한 곡을 만드는 작곡가도, 완벽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도 없습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만 봐도 주기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지 않나요? 어느 정도에서 마무리하고, 부족한 부분은 다음 창작으로 이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창작 과정입니다.
둘째, '타인 시선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내가 쓴 글이 공개된다는 생각만으로 선뜻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막상 출간해 보면 걱정하던 일이 발생하지 않는 걸 알 수 있죠. 바쁜 사회에서, 사람들은 타인의 삶에 크게 관심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쓴 글에 관여할 시간도, 의지도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걱정한 것과 너무 다른 현실이 전개되어 실망스럽기도 하니까요.
실천적인 극복 방법
1. 작은 목표부터 시작하기
아이를 재우려다 같이 잠드신 적 있지 않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오늘은 꼭 한 시간만이라도 쓰자'는 목표를 세웠죠. 그렇지만 육아, 가사를 우선시하며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좌절한 날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비결을 찾았습니다. 틈새 시간을 활용했죠. 30분이라도 시간 나면 글을 썼습니다. '3줄만이라도 쓰자.', '300자만 쓰자.'이런 식으로요. 주어진 시간이 한정적이라는 생각에 몰입이 더 잘 되기도 하고, 저도 모르게 쓰고 싶은 내용이 많을 땐 그 이상 쓰기도 했답니다.
저와 가까이 지내는 작가 한 분이 그러시더라고요. 아기가 낮잠 자는 시간에 같이 자는 대신, 주방에서 썼다고요. 30분, 한 시간씩 써온 글이 쌓이니까 책으로 완성되었다고요.
2. 일상 속 관찰력 키우기
지난번에 언급한 내용과 비슷합니다.
"매일 같은 일상을 보내니까 쓸 거리가 없어요."
글쓰기 수업하러 갈 때마다 듣는 말이죠. 글감만 있으면 뭐라도 쓰고 싶다는 분들께 조언합니다.
그냥 지나치던 것들을 유심히 보라고요. 눈을 크게 뜨고, 귀를 열라고요. 그리고, 머릿속에 있던 잡생각을 잠시 내려놓으라고요. 그러면 매일 보던 광경이 달리 보입니다. 완숙보다 반숙 계란을 맛있게 먹는 아이, 지하철에서 통화하는 사람의 대화, 오늘만 특별행사를 하는 마트 등. 미세한 변화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 조금만 다르게 보시면 나만이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3. 글쓰기 환경 만들기
대학생 시절, 영어학원과 수영장을 다녔습니다. 오전 7시 수업이었는데 직장인들로 정원이 다 찼습니다. 하고자 하는 게 있다면, 어떻게든 시간을 활용하는 거죠.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출근길에 나서면 어떨까요? 차 막히는 시간도 피하고, 조용한 사무실이나 오전부터 시작하는 카페에 앉아 글 쓰는 거죠. 우선순위에 있는 일을 일찍 끝내고 나면, 남은 시간은 여유롭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주방과 스터디 카페를 글쓰기 공간으로 정했었습니다. 식탁 왼편 가장자리에는 글쓰기와 관련한 걸로 가득했습니다. 노트, 책, 메모지, 필기구가 늘 곁에 있었죠. 눈뜨자마자 앉았고, 잠들기 전까지 앉아있었죠. 눈꺼풀이 너무 무거운 날은 스터디 카페에 갑니다. 카페와 달리 눈치 볼 일도 없고, 커피 같은 음료도 무제한으로 마실 수 있죠. 잠이 오려고 할 때마다, 주변을 봅니다. 시험 기간인 중고등학생,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잠이 절로 달아나더라고요.
이처럼 자기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벽한 서재나 넓은 공간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편하게 쓸 수 있는 나만의 환경을 만들어보세요.
글쓰기를 근육 키우기에 비교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만큼 하루아침에 완성되지 않으며,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단 거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시선이 두려워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 그리고 계속하기입니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일기장에 한 줄을 쓰는 것도 좋고, 메모장에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하나둘씩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글쓰기가 두렵지 않은 일상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첫 글을 쓰고 나서 제가 받은 댓글 하나가 기억납니다.
'저와 똑같은 고민을 하는 분이 계셨네요. 용기를 얻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큰 위로와 용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첫 문장이라도 써보세요.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독자가 분명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