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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이 머물다 가는 밤, 다시 오늘

by 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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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전, 꿈에서 낯선 공포가 다가왔다.

감옥이라 불리는 곳은 아니지만, 분명 그와 비슷한 곳이었다. 죄수들이라고 해야 할까, 잔혹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공간. 어디서도 들리지 않은 소음과 침묵, 그 둘이 엉키며 만들어낸 위협이 감돌았다.

나와 남편은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버텼다. 언젠간 나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리며.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며 상대방을 위협했다. 누군가는 해치기도 했다. 심지어 부인이라 부르는 사람에게도. 다정함과 폭력 사이를 오가며.

그 순간순간을 지켜볼 때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그런 낌새를 보이면 다음은 내 차례가 될 테니까.

도대체 왜, 이곳 사람들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도망치지 않을까. 나조차.

탈출을 시도한 이가 잡혔다는 대화가 들렸다. 그들의 마지막은 예상할 수 있는 비극으로 끝났다.

너무나 현실 같았다.

어떻게 매일, 이렇게 살아가야 하나.

괜찮을까. 버틸 수 있을까. 살아갈 수 있을까.

돌아버릴 것 같던 찰나, 눈을 떴다.

새벽 4시.

또렷한 정신.

다시 잠들지 못할 것 같았는데, 두 번째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어느 평범한 날.

둘째 아이가 바둑 학원에 갔다.

저녁 특강이 있어 10시에 마친다고 했다. 그날따라 아이는 휴대폰을 두고 나갔다.

남편이 데리러 가기로 했다.

그런데, 집안 행사에 참석한 남편이 술을 마셨다고 했다.

나는 외부 일정이 있었다.

당연히 남편이 데리러 간 줄 알았다. 밤 10시가 넘어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무 마셔서 운전할 수 없다고.


수업을 듣고 있던 나는 중간에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분위기상 쉽지 않았다.

열정 가득한 기운에 강사는 11시가 넘도록 수업을 이어갔다.

애가 탔다.

아이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다.

선생님 번호도 모른다.

수업이 끝나자마자 주차장으로 뛰어갔다. 차가 보이지 않았다.

아차! 건물 밖에 주차했지. 5분 넘게 뛰어, 겨우 차를 찾았다.

하지만 앞뒤가 꽉 막혀있었다.

마침 수업을 마치고 나온 사람들이 차를 빼기 시작했다. 그 틈에 겨우 차를 빼고 학원으로 향했다.

닫힌 건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

마음은 조급하기만 해고 시계는 자정을 향하고 있었다.



밤새 두 개의 꿈을 꿨다.

평소에도 자주 꾸는 편이지만, 오늘따라 불안정하고 흔치 않은 꿈이었다.

대개는 꿈이라는 걸 알아차리는데, 오늘은 그러지 못했다.

진짜 현실이었다면, 남편은 대리기사를 불러 학원으로 가서 아이를 데리고 왔을 텐데.

꿈은 꿈인가 보다. 판단이 흐려지고 생각과 동작이 갇히는 걸 보면.


무언가 중요한 일이 있었던 걸까. 신경 쓸 일이 많아서였을까.

사춘기에 접어든 첫째와의 갈등,

긴 휴식 끝에 다시 시작하는 일,

그런 것이 얽히고설켜 나를 흔들고 있는 걸까.

덕분에 아침 일찍 눈을 떴다.

몸과 마음이 개운하진 않았다.

그러나, 몇 시간 전 느낀 불안과 두려움은 희미해지고 있다.

경험하지 않은 기억은 금세 사라진다.

아무렇지 않게 아이들 밥을 차리려 주방에 갔다.

아이들 챙기고, 씻다 보니 여느 때와 같은 아침이다.


오늘 꾼 꿈은 내게

'불안해도 괜찮다. 너무 애쓰지 마'라고 말해준 걸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쌓인 걱정과 책임이

자는 동안 꿈으로 나타나지만

다음날이 되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불안도, 걱정도, 일상에서 없을 순 없나 보다.

하나가 없으면, 또 하나가 오겠지.

소소하게 해결해 나가며, 오늘도 내 몫의 하루를 살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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