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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치료보다 힘든 주차, 오늘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by 소믈리연
ChatGPT Image 2025년 8월 26일 오후 09_25_32.png

일주일에 두 번, 재활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익숙해졌을 법도 한데, 갈 때마다 주차가 신경 쓰인다.

100대 넘게 수용할 수 있다는 주차타워가 있지만, 내 차는 SUV라 들어갈 수 없다.

큰 차를 위한 공간은 여섯 칸뿐.

10층이 넘는 메디컬 타워에 수많은 사람이 오가다 보니

주차는 늘 전쟁이다.


오늘 예약은 오후 4시.

3시 40분에 도착했다.

대프리카라는 별명처럼 밖이 뜨겁긴 하다.

게이트에 들어서자마자 관리인 분이 손짓으로 불렀다.

세우란 말 같아 보조석 창문을 내렸다.

"이 차는 주차할 곳 없어요."

짧고 단호하다. 멈칫하다 물었다.

"그럼, 어떡해요?"

"나야 모르죠."

양팔을 쭉 펼치며 어깨를 으쓱하더니 고개까지 기울였다.

인도식 인사법인가.

얼떨떨한 채로, 게이트 바 아래에 계속 있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잠시 주차할 곳도 보이지 않았다.

관리인이 다시 물었다.

"어디 가세요?"

"정형외과요. 재활치료받으러 예약했어요."

"그래도 자리 없어요. 일단 차 빼세요."

"다른 데 주차할 곳 없을까요? 4시에 예약이라서요."

"없어요. 일단 나가세요."라며 등 돌려 가버렸다.


이 상황, 낯설지 않다.

올 때마다 이래서인가.

단 한 번도 친절한 응대는커녕, 평범한 대우조차 받아본 적 없다.

결국, 나가는 곳으로 빠져나왔다.

병원에 전화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찾고 있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골목 뒤쪽에 가면 자리가 있을 수 있다며, 병원에서 되려 죄송하다고 했다.

괜찮다고 답한 뒤, 차를 돌리는 찰나

병원 주차장에서 연달아 나오는 SUV 차량이 보였다. 그것도 세 대가 동시에.

얼른 방향을 틀어 게이트 바 아래로 되돌아왔다.

바가 열리자마자 보이는 빈자리에 주차했다.

또 관리인 분이 뭐라 하지만, 5분밖에 남지 않아 얼른 주차부터 했다.

내려서 빠른 걸음으로 병원 쪽으로 향했다.

그때, 옆에서 들리는 한 마디.

"자리 난 거 어떻게 알았어요?"

"나가는 곳에 대기하고 있다가 봤어요."라며 짧게 답했다.

더는 묻지 않았다. 대신, 내 뒤통수에 대고 휘파람을 불어댔다.


음정이 귓가에 내리꽂을 때마다, 속이 끓는 속도가 빨라졌다.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연배가 많은 어르신이라는 생각에 참았다.

어떻게 매번 똑같은 표정과 태도로 대할 수 있을까.

날씨 탓일까, 밀려드는 차량 때문일까.

이유를 찾으려면 수십 가지 떠오르겠지만,

화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재활치료실로 올라갔다.

익숙한 선생님들은 오늘도 변함없이 친절했다.

고통이 덜할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나을 수 있도록,

지금 느끼는 아픔이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걸 따뜻하게 공감해 주었다.

같은 건물에서

아래층과 위층 공기는 이토록 달랐다.

올라오기 전, 뚝배기처럼 들끓던 화가, 그들의 미소 덕분에 식어갔다.


사람은 결국 관계 속에서 산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다른 사람도 나를 어떻게 대할지 달라진다.

역으로, 내가 다른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나에게 돌아오는 것도 달라진다.

화난 순간은 있었지만,

그 사람의 감정에 물들지 않으리.

상대방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리.

오랜만에 깨달은 교훈이다.


금요일에 또 가야 한다.

같은 상황을 만나더라도 개의치 말기를.

내 감정만큼은 다스릴 줄 아는 내가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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