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은 길고, 20분은 할 만해서
2026년 1월 5일. 해가 바뀌면 잠을 좀 줄여야지 했는데 잘 안 된다. 몸이 무겁다. 날씨를 핑계 삼아 이불을 두 겹으로 덮는다. 이불 안은 온기로 가득한데, 밖 공기는 차갑다. 오전 8시 반, 일어나야 하는데 우리 집은 아직 한밤중이다. 사춘기에 들어선 첫째는 잠병에 걸린 것처럼 잠만 자고, 애기 때 그렇게 안 자던 둘째는 저축해 둔 수면 양을 소비한다. 나라도 움직여야 하는데, 머리는 아는데 몸이 더디다. ‘내일은 꼭 일찍 일어나야지’ 하고 맞춰둔 알람이 울린다. 5분 간격으로 울리는 애플 워치를 빠른 속도로 눌러 끈다. 세 번째 알람을 끄고 나서야 실눈을 뜬다. 폰을 열어 오른쪽을 가리키는 빨간 세모 그림의 앱을 누른다. 돋보기 버튼을 눌러 ‘에일린 아침 요가’를 검색한다. 20분짜리와 30분짜리 사이에서 잠시 멈칫한다. 오늘은 몸이 너무 무겁다. 다운도그 자세만 떠올려도 팔다리가 저린다. 결국 20분짜리를 고른다. 명상으로 시작하는 화면. 플레이 버튼을 먼저 누른 뒤, 침대 옆에 펼쳐 둔 요가 매트로 구르듯 내려간다.
밤새 달궈 둔 잠옷의 온기가 방 안으로 흩어진다. 목을 오른쪽, 왼쪽으로 천천히 돌리며 어깨를 풀고 숨을 고른다. 간단한 스트레칭이 끝나면 요가 동작이 시작된다. 한때 너무나 싫어했던 빈야사. 그런데 요즘은 그 동작을 ‘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꾸역꾸역 따라 한다. 손바닥과 발바닥을 바닥에 붙이고 몸을 세모 모양으로 만든다. 등을 큰 강아지처럼 늘렸다가 고양이처럼 둥글게 마는 동작을 반복한다. 손가락과 발가락 끝까지 열이 전해진다. 한 동작, 두 동작 따라 하다 보면 땀 나지 않는 더위가 얼굴까지 올라온다. 그렇게 만든 신체 온도는 1분도 안 돼 사라지는 이불 속 온기와 달리, 오전 내내 핫팩처럼 남는다. 마무리 동작까지 하고 일어서면 “덥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안방 문을 열고 나오는 순간, 모든 동작이 빨라진다. 20분 전과 후, 같은 사람이 움직이는데 속도가 다르다. 침대에서 스누즈 버튼을 누르며 버티던 사람이 맞나 싶다. 쌀을 불리고 냉장고를 열어 오늘 먹을 반찬을 꺼낸다. 전기 포트에 물이 끓는 사이 유산균을 먹고 양배추 즙을 마신다. 물이 끓으면 오늘 마실 차를 골라 찻잔과 함께 식탁에 올려둔다. 현관 앞에 놓인 신문도 들고 와 앉는다. 다소 늦은 감이 있는, 고요한 아침을 맞이한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새벽 수영을 다녔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차를 타고 수영장에 갔다. 사우나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6시 10분이면 어깨까지 오는 물속을 유영했다. 지금의 나를 보면 어떻게 그렇게 3년이나 살았나 싶다. 여름에 발가락 수술을 한 뒤로 생활이 느슨해졌다. 그 핑계로 수영을 끊었고 번지피지오도, 골프도, 등산도 멈췄다. 아직 발가락에 큰 힘을 줄 수 없다는 이유로 ‘안전한 운동’만 찾다가, 유튜브에서 난이도 낮은 스트레칭과 요가를 틀어 놓고 따라 했다. 그마저도 어깨나 목이 뻐근할 때, 다리가 부을 때처럼 몸이 신호를 보낼 때만 움직였다. 그러다 보니 붓기는 잘 빠지지 않았고 몸은 더 굳어졌다. 어느 날부터 무거워지는 몸에 익숙해진 나를 눈치챘다. 생존을 위해서라도 운동이 필요했다. 한 시간씩 강도 높게 목표를 세우면 작심삼일에 그칠 내가 보여서 소소하게 잡았다. '미서원 홈트', '에일린 요가', '서리 요가'를 번갈아 검색하며 필요한 영상을 저장했다. 접속 시간대에 맞춰 알고리즘이 운동을 추천해 주는 덕분에, 하기 싫은 날도 일단 화면부터 켠다. 대단한 의지가 필요한 건 아니다. ‘켜 놓으면 하게 되는’ 쪽에 가깝다고나 할까. 달리기 싫다가도 운동화만 신으면 나가게 되는 것처럼.
아마 내일 아침에도 스누즈를 누를 거다. 아이들은 여전히 자고 있을 테고 이불 밖 공기는 차가울 것이다. 그럼에도 내 몸에 온기를 만들기 위해, 몸을 굴려 요가 매트 위에 앉을 테지. 때로는 마음보다 몸이 먼저 깨어야 한다. 이불 밖이 차가운 날일수록 더 그렇다. 20분만 버티면, 남은 하루는 조금 덜 무거워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