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 아이가 가장 어린 날

by 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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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라이팅 코치 수업에서 스승님이 물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남긴 명언 중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라’라는 문장을 읽으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생각만 해도 피곤했습니다. 매일 죽음을 떠올리며 살라는 건가. 매 순간 진지하게 살라는 건가.

뭐가 됐든, 그렇게 살면 하루하루가 쌓인 삶 전체가 묵직해질 것 같았습니다.


완전히 같은 얘기는 아니지만, 최근 사춘기를 겪는 아들을 대하는 마음에는 이 말이 어느 정도 통하고 있긴 합니다.

“엄마”라고 부르는 아이를 보며, 오늘이 이 아이가 가장 어린 날이라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네가 20살에 독립한다고 치면, 우리가 같이 살 날이 1/3밖에 안 남았어. 그마저도 네가 학교 가고 학원 가고 친구 만나면, 우리가 같이 있는 시간은 진짜 얼마 안 될 거야.”

둘째가 크는 모습만 아쉬워했지, 첫째가 자라는 게 아깝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했더군요. 그저 너라도 빨리 자라서 육아의 짐을 덜어줬으면 했나 봅니다. 아직 엄마의 사랑이 필요한 나이일 텐데 말이죠.

아이는 작년 이맘때보다 10cm 넘게 자랐고, 몸무게도 10kg 늘었습니다. 신발 사이즈는 265가 됐습니다. 이제는 애가 아니라기보다, 가끔은 어른처럼 느껴집니다. 제 곁을 지나갈 때면 남편 그림자가 겹쳐 보이기도 하거든요. 아직 더 자랄 아이를 보며, 어쩌면 오늘이 이 아이가 가장 꼬마에 가까운 날 아닐까 하는 생각을 여러 번 합니다.


며칠 전엔 알고리즘이 추천해 준 영상을 봤습니다.

“저는 아흔 살입니다”라고 말하는 할머니가, 40대의 자신에게 말을 건네는 영상이었습니다.

어서 빨리 컸으면 했던 아이들이 어느덧 어른이 되어 가정을 꾸렸다고요. 이렇게 빨리 자랄 줄 알았다면, 같이 있는 시간을 더 가질걸. 덜 혼낼걸. 더 안아줄걸. 그 영상도 내가 아이를 보는 시선에 변화를 줬습니다. 엄마를 여러 번 불러도, 같은 말을 여러 번 하게 해도, 한 번에 제 할 일을 하지 않아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요.

‘매일을 마지막처럼 살아라’라는 말은 아직도 잘 와닿지 않습니다.


하루하루를 귀하게 대하지 않는 건 아닌데, 매일 그렇게 진지하게 살기에는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그래도 그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이 내 아이가 가장 꼬마에 가까운 날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기. 이를 째려보고 싶다가도, 욱했다가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얼른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으면서요. 그리고 이 마음이, 내일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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