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끝은 있는 건가요?

by 소믈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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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먹지 말든가!”


둘째 생일 전날 저녁. 찜닭집.

첫째 아이가 주문 화면에서 로제 찜닭을 누르려 하자 둘째가 소리쳤다.

“나 그거 매워서 못 먹어!”

"순한 맛으로 시키면 되잖아!"

“그래도 맵다고! 내가 못 먹는다고! 그냥 일반으로 시켜!"

"나는 그거 안 좋아한다고!”

"형아는 그럼 먹지 말든가!"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첫째 입에서 말이 거칠게 나왔고, 남편 얼굴 주름은 '화남'을 그리고 있었다. 나는 폰으로 업무를 하느라 못 보고 못 들었지만, 테이블 위에 내려앉는 공기로 상황을 파악했다.

원래는 오늘이 둘째 생일이지만 아이가 축구 학원을 다녀오면 저녁 8시가 넘는다. 생일이니까 하루쯤 빠지면 안 되냐니 그럴 수 없다는 말에 하루 앞당겨 둘째가 좋아하는 찜닭집으로 갔다. 조카 생일을 축하하러 합류한 이모도 같이.


다시 어제.

"네가 말을 그따위로 하니까 그렇지!”

“내가 매운 거 못 먹는 거 알면서 왜 자꾸 그러는데?”

“그럼 로제 찜닭에 있는 순한 맛 먹으면 되잖아!”

“순한 맛이어도 로제는 맵다고!”

대사가 오갈수록 말투는 거칠어졌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그다음부터 중요하지 않았다. 둘 다 비난의 말을 쏘아댔다.

그리고 첫째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왔다.

“지금 엄마 아빠 이모 다 같이 있는데서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쟤가 먼저 시비 털잖아. 나보고 처먹지 말라고 하잖아.”

“그게 아니라 먹지 말라고 한 거지, 말을 왜 또 그렇게 꼬아서 듣는 건데?”

“쟤가 그렇게 말했잖아!”

서로가 서로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듣지 않았다. 비틀려 날아온 말이, 더 비틀려 상대편에게 꽂혔다.

“집에 갈래!”

“가!”

첫째와 남편의 언성이 동시에 높아졌다. 양옆 테이블에 다 들릴 것 같았다. 나는 민망함에 화를 온몸에 흡수할 뿐이었다.

첫째는 폰에 네이버 지도를 설치하더니 나가버렸다. 차라리 나가 주는 게 나을 듯싶었다.

주문한 찜닭, 치킨, 똥집이 나왔다. 모래를 씹는 건지, 고무신을 씹는 건지. 둘째는 계속 물었다.

“형 집에 갔어? 도착했어? 어떻게 갔을까?”

“너도 잘한 건 아니야. 형한테 말투가 왜 그런 건데? 둘 다 잘못한 거야. 일방적인 잘못은 없어.”

우리는 20분도 안 돼서 수저를 내려놓았다. 집에서 마주할 2탄을 생각하니 치킨이 역류하는 듯했다. 이모는 줄곧 눈치만 보며 한숨을 쉬었다. 원래는 우리 집에서 자려고 했는데, 바로 집에 가겠다고 했다. 남은 치킨은 이모에게 챙겨주자며 포장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

둘째가 치킨이 든 비닐봉지를 그대로 들고 들어왔다. 남편은 첫째 방으로 들어갔다. 방문 너머로 짜증과 화가 뒤섞인 대화가 오갔다. 억울함을 호소하는 아이와, 예의 없음을 용서할 수 없는 남편의 대화는 다른 방향을 오갔다. 방에 들어간 둘째는 평소와 달리 자발적으로 국어 문제집을 펼쳤다. 나는 건조기에서 꺼낸 빨래를 개켰다.


밤 10시.

첫째가 안방으로 들어와 침대 위에 엎어졌다.

“엄마! 마사지해 줘!”

남편의 눈동자가 ‘어이없다’로 굳었다.

“너 방으로 가자.”

침대에 엎드리더니 물었다.

“엄마 아직도 허리 아파?”

“어. 오늘은 좀 더 그러네.”

“그거 스트레스 때문 아니야?”

“알긴 하네. 네가 크게 한몫 보태는 거 알지?”

“응.”

이어서 아이에게 말했다. 너는 늘 억울하다고 말하고, 변명하고, 상대를 탓한다고.

그리고 둘째에게도 말했지만, 일방적인 잘못은 없다고.

“할까 말까 할 때는 하고,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지만, 말할까 말까 할 때는 말을 안 해야 한대. 너도 욱하는 감정이 올라오거나 입에서 육두문자가 나오려고 하면 일단 삼켜봐. 그 말을 먹어. 5초만. 그 5초를 습관으로 만들어봐.”

"근데 나처럼 욕하는 애들 많아."

“사춘기라고 다 그렇지 않아. 그게 당연한 것도 아니고.”

“알겠어.”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선, 식탁 위에 있는 치킨을 먹었다.

잠시 후, 아이는 귀가 경로를 설명했다. 40분쯤 걸었다고. 조금 걷다 보니 어딘지 알 것 같아서 지도를 끄고 빠르게 걸었다고. 식당에서만 해도 눈 안에 가득했던 독기도 사라졌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끓었다가 식었다가. 욱했다가 차분했다가.

‘이것도 다 지나가는 시기겠지’라고 생각하려다가도, ‘무슨 성격이 저렇지? 나는 이렇게 안 키웠는데 뭔가 문제지?’ 싶었다. 그러다 문득,

'맞아. 얘 B형이지.'

다들 MBTI를 말하는 시점에 무슨 혈액형인가 싶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이 아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재잘거리다가 잠든 아이를 보며, 너도 고생이 많다 싶다가도 고개를 저었다.


오늘 아침, 7시.

아이는 일어나자마자 거실에 있는 엄마를 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오전부터 줌으로 회의 중이었다. 아이가 나갈 때 인사를 못 했는데, 알아서 학교에 갔다. 그리고 진짜 생일을 맞은 둘째를 안아주었다. 갖고 싶어 했던 물병을 선물로 줬다. 저녁에 밥이랑 케이크 먹자고, 다시 축하파티하자며 달랬다.

사춘기 아들과 사는 매일이 스펙터클 하다.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로 정리한다면 위기 절정뿐이다. 누군가, 지지고 볶고 살아도 이때가 그립다고 하던데. 진정 그럴지 아닐지는 모르지만, 하루라도 조용히 살아보고 싶다.

수,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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