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시절 글 좀 쓴다고 소문났던 문예부 친구에게 평소 써두었던 습작 단편 소설을 조심스레 보여줬다. 뭔가 또래보다작가에 가깝다고 느꼈던 친구의 전문적인 견해를 듣고 싶어서였다.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 정도가 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네
담담했던 그의 말에 나는 더 이상 되묻지 않았다. 다만 그걸 쓰느라 공부도 안 하고 몇 날 며칠 밤을 꼬박 새웠던 그 시간들이 너무 억울하고 안타까웠다. 적어도 '이 부분은 좋지만 이 부분은 아쉬웠다.'정도는 말을 해 줄 것을 기대했기때문이었다.
평범한 고등학생은 도대체 누구를 말하는 건데?
라고 되묻고 싶었지만 내 상처받은 자존심은 끝끝내 그것을 묻지 못하게 했다. 졸업 후, 어느 날 그 친구가 내 연락처를 수소문을 해 우리 과사무실로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상처가 깊었던 나는 그를 반기지 못했다.
두 번째 말
대학 졸업 후 목표로 했던 시험에 연달아 떨어진 후 자존감이 바닥에 처박힌 나는 평소 꿈꾸던 대학의 영화과 입학시험을 봤다. 서른이 갓 넘은 나이였다. 젊을 적 꿈에 대한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에 만약 이번에 실패를 한다면 뒤도 안 돌아보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운 좋게 국어와 영어 과목으로 이루어진 1차 필기시험을 통과하고 2차 실기시험을 보게 되었다. 실기 시험은 당일 제시되는 에피소드를 읽은 후 그 주제에 맞는 시놉시스를 즉석에서 작성하는 것이었다. 나는 다소 만화 같은 상상력이 가미된 역사 판타지물을 써서 제출했다.
이어지는 면접시간, 면접관들은 제출된 시놉시스에 대한 질문들을 수험생들에게 쏟아내고 있었다.
내겐 어떤 질문을 해올까?
작품을 쓴 구체적인 이유 등의 질문을 예상하며 나름대로 예상 답변을 구상했다. 긴장으로 손에 땀이 찼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과연 어떤 질문을 해올 것인가?
면접관은 유명한 영화를 몇 편이나 만든 K감독이었다. 그가 나를 응시한 후 안경 너머로 쏘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