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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Jan 30. 2023

그저 앞서 가고 싶었을 뿐인데...



월요일 아침은 언제나 그렇듯 눈이 떠지질 않는다. 특히나, 한겨울의 차가운 날씨와 월요일 아침은 사람의 몸을 무겁게 하는 최고의 조합이다. 따뜻한 이불속에서 조금만 조금만을 수천번 외치다 가까스로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지각 직전이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은 후, 헐레벌떡 현관을 나섰다.


회사 건물에 가까스로 도착했다. 멀리 중년의 여성이 양손으로 자기 몸 만한 택배상자를 들고 오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보니, 전에 함께 근무하면서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A직원인 것 같았다.


'젠장, 바빠 죽겠는데 하필 여기서 마주칠 건 뭐야?'


그녀를 피해 다른 길로 가면 그대로 지각을 할 게 뻔했지만 그래도 그녀와 월요일 아침부터 마주치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막 다른 길로 가려던 찰나였다. 그녀와 거리가 좁혀지자 다행히도 그녀가 A직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저 그녀와 닮았던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더 이상 그녀를 피할 이유가 없어 빠른 걸음으로 건물 입구로 향하는 그녀를 앞질렀다.  그리고는 바로 유리 출입문을 열었다. 택배 상자 때문에 출입문을 열기 힘들었던 그녀가 내 뒤를 빠짝 따라붙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내가 그녀의 문을 열어준 것처럼 되어버리고 말았다.


"고맙습니다."


그녀가 내게 환하게 웃으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순간, 뭔가에 덴 것처럼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그리고 나는 택배상자를 들고 있는 그녀가 무사히 지나갈 때까지 출입문을 잡고 있었다. 그녀의 감사가 나를 부끄럽게 만들면서 본의 아닌 친절을 진짜 친절로 만드는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그녀가 택배상자를 들고 무사히 지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그제야 출입문을 닫았다. 기쁨과 뿌듯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본의 아닌 친절도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가볍고 따뜻하게 만드는구나.'


장롱 속 일 년 내내 처박아 두었던 겨울용 솜이불처럼 무겁기 짝이 없던 월요일 아침, 출근길이 더 이상 무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이미 지각이란 걸 저질러 버렸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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