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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Feb 20. 2023

가끔 상상해 본다. 작가님들을.




어느 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대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후배가 쓴 에세이집을  발견한 적이 다. 혹시라도 나에 대한 이야기가 쓰여 있을까 싶어 긴장하며 읽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나에 대한 이야기를 그곳에 써놓고 있었다. 그것도 자기가 만났던 최악의 남자로.


근데 이상했다. 나와 그녀는 한 번도 사귄 적도 없었는데.  심지어 그녀가 나를 이성으로 좋아할 거란 생각은 한 번도 못했던 나였다. 그녀가 나를 최악으로 꼽은 이유 역시 나의 그 무신경함 또는 둔감함이었다. 자신이 좋아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눈치를 못 챈 채 오랜만에 만나서는 새로 사귄 여자친구나 주책없이 자랑했던 나는 그녀에게 최악의 무신경한 남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비록 이름은 적혀 있진 않았지만 책에는 나와 그녀가 마지막 만났던 정황이 상세히 기록되어 있었다. 나는 이 십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때 그녀의 마음을 알게 된 것이었다. 아는 사람 하나 없을 텐데 괜히 주위 시선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서점 안의 누군가가 내가 그 책 속의 최악의 남자란 걸 알아챌 것 같았다. 누군가 알아보기 전에 얼른 서점에서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그녀의 책을  서점에서 구입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책은 지금 어디 있는지 모른다.





가끔 브런치 작가님들을 상상하곤 한다.


나이는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능하니까 보통 외모를 상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나의 상상은 작가님들 중에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데까지 뻗어 나간다. 첫사랑 그녀부터 학창 시절 친구, 선후배까지 그 누군가가 혹시 내가 지금 구독하거나 나를 구독하는 작가님들 중에 있지는 않을까를 상상해 본다. 무심코 넘긴 화면에 올라온 오늘의 작가나 브런치 수상 작가를 보면서 누군가를 떠올려 보기도 한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그런 상상 속에 나를 싫어했거나 내가 싫어했던 이들을 떠올리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에디터픽으로 올라온 대학로에 관한 글을 읽으며 주인공 혹시 그녀가 아닐까  상상하기도 하고 강원도나 전라도에 관한 글을 읽으면서는 그때 그 아이가 아닐까 떠올려 보기도 한다. 어쩌다 지금 살고 있는 제주에 관한 글을 읽으면 얼마 전 카페에서 다소곳이 책을 읽고 있던 바로 그분이 아닐까 하는 즐거운 의심하기도 한다.


얼마 전 내가 발행한 타르트 가게에 관한 글에 달린 라이킷을 보면서는 어쩌면 이 라이킷 중에 그 천사 같은 사장님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없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우연히 본인의 가게를 검색하고 들어와 아무렇지 않게 라이킷을 누르고 갔을지 모른다는  흐뭇한 이야기를 상상다.





어쩌면 조만간 이곳 브런치에서도 나의 쑥스럽고 부끄러운 과거를 만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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