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상평상 Aug 14. 2023

따뜻한 월요일 아침



월요일 아침의 발걸음은 언제나 무겁다. 지난주 태풍이 지나가면서 온갖 것들과 함께 간 쓸려갔던가 싶었던 더위는 이내 탈출에 성공했는지 아침부터 뜨거운 열기를 쏟아내며 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그래도 내일이 광복절이니 오늘만 좀 버티자.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며 한발 한발 회사로 향하는 무거운 걸음을 옮겼다. 내 앞으로 한 눈에도 시원해 보이는 투명한 얼음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가는 젊은 여성이 보였다. 십여 분 정도밖에 걷지 않았는데 이미 물 한 바가지 끼얹은 것 마냥 땀범벅이었던 나는 나도 모르게 그녀가 나왔던 커피숍 입구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온통 땀으로 젖은 내 몸을 휘감으며 반겼다. 그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얼른 키오스크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다행히 기다리는 사람은 음악을 들으며 패드를 보고 있는 서양 노인 한 명뿐이었다. 커피를 기다리느라 회사에 지각할 일은 없겠다 싶어 안도했다.



26번 손님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나는 27번이었다. 하지만 찾으러 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6번 손님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왔습니다.



직원이 목소리를 높여 다시 이야기했으나 이번에도 가지러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무래도 서양 노인이 주문한 커피 가 분명했다. 아르바이트 생이 조금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그녀가 카운터를 돌아 그에게 다가가려는 찰나 내가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이 커피 저분 것인가요?


아? 예...



나는 그에게 다가갔다.



Hey, your coffee.



카운터의 커피를 가리키며 짧은 영어를 했다.



그가 귀에 걸쳤던 헤드폰을 느릿느릿 벗으며 그제야 나를 봤다. 그리고는 두 손으로 탁자를 짚으며 무거워 보이는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느릿한 움직임이 한 눈에도 몸이 불편해 보였다.



Do you mind if I bring you your coffee?



아닌가? Would you를 써야 하는 걸까?



에라. 모르겠다. 그냥 가져다 주자.



나는 결국 그에게 아무 말도  건네지 못 한 체 카운터에 놓인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가져다주었다. 엉거주춤한 자세의 그가 나를 보며 놀란 미소를 지었다.



감사합니다.



나 역시 뜻밖의 그의 한국말에 놀라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따뜻한 월요일 아침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실천한다는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