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마르코 광장과 야광 프로펠러

산 마르코 광장- 리도섬- 리알토 다리

by 옥상평상

산 마르코 광장- 리도섬-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광장- 리도섬- 리알토 다리


11살 일기

도시 전체가 물 위에 떠 있다니 베네치아는 정말 신기한 도시다.

9살 일기

야광 프로펠러 갖고 싶었는데, 아빠는 구두쇠다.


늦은 아침, 여유 있는 마음으로 베네치아를 향해 길을 나섰다. 열차를 타러 가는 길에 99센트 샵이 보이기에 호기심에 들어갔다. 역시나 제품의 질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다이소 같은 1000원 샵은 여기에 비하면 고급 백화점 수준이었다. 하지만 형제들은 벌써 양손에 장난감을 하나씩 집어 든 상태였다. 장난감 두 개만 구입하기에는 잔돈이 너무 많이 생길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칫솔이나 로션 같은 물건들을 챙겨 아이들의 장난감과 함께 계산을 했다. 적어도 장난감 구입에 있어서 아이들은 점점 진화를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베네치아 산타 루치아역에 도착했다. 118개의 섬이 약 400개의 다리로 이어져 있는 베네치아는 세상의 다른 곳이라는 의미의 ‘알테르 문디’ 혹은 세상에서 가장 고요하고 평화로운 공화국이라는 ‘세레시나마 리퍼블리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전승에 의하면 예수의 첫 제자이자 초대 교황인 베드로는 제자인 마르코를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파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 주교가 된 마르코는 부활절 미사를 드리던 중 이교도들의 습격을 받아 붙잡혔고 그들은 마르코의 목에 밧줄을 묶고는 끌고 다녔다. 며칠 동안 갖은 고통을 받던 마르코는 결국 처참한 모습으로 순교했다. 이교도들은 그의 시체마저 불태우려 했지만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자, 시신을 둔 채 도망을 갔다. 신도들은 마르코의 시신을 수습하여 교회에 안장했다.


9세기 초,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마르코 성인의 유해를 베네치아 상인들이 베네치아로 옮겨왔다. 베네치아에서 가장 큰 광장인 마르코 광장과 아름다운 마르코 대성당은 그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고 지금도 마르코 성인의 유해는 마르코 대성당에 보존되고 있다.

마르코 성인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산 마르코 성당

마르코 대성당의 옆으로 베네치아의 수장인 '도제'가 집무를 보던 두칼레 궁전이 위치해 있다. 궁전 앞 계단에 서있는 두 개의 석상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교역의 신 헤르메스이다. 농토가 없어 농사를 지을 수 없던 베네치아가 유일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은 해상을 통한 무역뿐이었기에 베네치아 시민들은 이 두 신을 숭배하며 바다의 평온함과 교역의 무탈함을 기원했다.

미리 예약한 숙소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산타루치아 역에서 걸어 나와 수상버스를 타야 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베네치아의 대중교통 수단은 배로 만든 수상버스뿐이었다. 수상 택시도 있었지만 버스비도 감당하기 힘든 우리가 쉽게 넘볼 수 있는 가격이 아니었다. 나는 베네치아 수상버스 48시간 권을 구입하기로 결정했고, 베네치아에 머무는 동안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였다.

수상버스나 곤돌라가 정박하는 선착장의 모습

관광 중심지인 마르코 광장 근처임에도 운 좋게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한 숙소였다. 하지만 오래된 건물인 만큼 내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무거운 트렁크를 들고 4층까지 올라가야 했다. 좁은 계단의 폭 때문에 트렁크가 계단 턱에 계속 부딪혔다. 등 뒤로 땀이 흥건하게 젖어왔다. 지치고 짜증 가득한 내게 그나마 위안을 준 건 침대 위를 덮고 있는 하얗고 정갈한 시트였다.


산마르코 광장에 위치한 선착장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베니스 영화제가 열리는 리도 섬으로 향했다. 뿌연 날씨에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았지만 다행히 아직까진 빗방울이 뿌려지진 않고 있었다. 수상버스에서 내려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향했다. 리도 섬의 넓은 바닷가에는 마을에 사는 소년들이 물구나무서기 연습을 하며 놀고 있었다. 소년 한 명이 계속 백덤블링에 도전하고 있는 중이었다. 호되게 넘어지면서도 쉼 없이 시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빠, 저 형 봐요!!"


몇 차례나 실패하던 소년이 결국 몸으로 커다란 원을 그리며 백덤블링에 성공하고야 말았다. 나도 일우도 그 장면을 감탄하며 쳐다보았다. 소년이 실패를 하던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그렇게 감탄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소년과 눈이 마주친 나는 그에게 엄지를 치켜 주었다. 그러자 소년이 별거 아니라는 듯 어깨를 들썩였다.

“와! 저 형아 멋지다.”


혁우 역시 소년의 모습에 놀란 모양이었다. 잠시나마 형제들이 소년의 모습에서 포기하지 않는 끈기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스쳐갔다. 어느새 모든 것을 아이들의 교육과 연관시키는 버릇이 생긴 걸까?

숙소로 돌아오는 배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가다가 마트에 들러 커피와 저녁거리를 샀다. 배를 타야 했기에 간단하게 사려고 했는데 배가 고파서인지 본의 아니게 이것저것 많이 구입해 버리고 말았다. 하는 수 없이 양손에 커다란 비닐봉지 두 개를 들고서 배에 올라타야 했다.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이곳 주민이 된 것 같아 묘하게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 산마르코 광장 선착장으로 돌아왔다. 이미 어둑해진 산마르코 광장에는 하나둘씩 조명이 들어오고 있었다.


"와!! 아빠 저거 봐요. 저거 사줘요."


화려한 빛을 발산하며 하늘로 튀어 오르는 야광 프로펠러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프로펠러를 날리는 아랍계 청년에게 관심을 보이자 바로 10유로라고 대답한다. 어리숙한 동양인이라 생각해서인지 청년은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시했다. 욕심을 과하게 부렸다.


“비싸다. 가자.”

나는 아이들의 손을 끌고는 자리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청년이 따라오며 7유로 5유로 하며 가격을 내리기 시작했다. 결국 1유로까지 내렸지만 내 마음을 제자리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내가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자 옆에 있던 청년의 친구가 그를 타박하듯 팔꿈치로 치는 것이 보였다. 청년도 친구를 바라보며 ‘이럴 줄 몰랐다’는 듯 양손을 들어 보였다. 그 모습이 안타까워 다시 사줄까도 싶었지만 이미 청년들이 포기하고 돌아선 뒤였다.

“아빠 원 유로라고 그랬는데, 하나 사주지 그랬어요.”

일우의 물음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청년의 얄팍한 상술에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걸 핑계 삼아 곤궁한 형편의 이 청년에게 갑질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감히 나를 속인 청년에게 이 정도의 벌은 당연하다는 오만함이 있던 것은 아니었을까?

저녁 무렵의 산 마르코 광장의 모습

숙소로 그냥 들어가는 것이 아쉬워 조금 더 베네치아의 골목길을 탐험하기로 했다. 일단 리도 섬의 마트에서부터 힘들게 운반해온 저녁거리를 숙소에 가져다 놓아야 했다. 가파르기 짝이 없는 4층 계단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어쩌랴. 다음부터는 마트에서 물건을 조금만 사기로 마음먹기로 한다.


우리는 베네치아의 어두운 골목골목을 누비다가 리알토 다리 근처에서 피자 가게 하나를 발견했다.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나름 평이 좋은 가게였다. 그곳에서 피자를 사서는 리알토 다리 위에서 베네치아의 야경을 즐기며 저녁 식사를 했다. 한 손에는 피자, 한 손에는 콜라를 든 채로. 당분간 맥주는 금지였다.


아무래도 저녁거리는 괜히 잔뜩 사 가지고 온 모양이다.

리도섬 바닷가에서 아드리아 해를 물끄러미 바라보는 일우


형은 뭐 하고 있는 거야?













2017.3.22. 베니스(리도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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