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일기
오늘은 쉬는 날!!
9살 일기
멋진 총을 샀다. 형이랑 총싸움을 했다.
“아빠, 스카이다이빙 하고 싶어요.”
“너희들은 어려서 아직 안 돼.”
“그럼 패러글라이딩 할래요.”
어제 몇 개의 도시를 한꺼번에 돌아다녀서 그런지 아침부터 피곤했다. 그런 까닭에 오늘은 숙소에서 쉬기로 했다. 형제들은 그런 나와는 상관없이 아침부터 쌩쌩했다. 어제 인터라켄 중앙광장에서 보았던 패러글라이딩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패러글라이딩은 어린이도 가능할 것 같기도 했다. 검색해보니 역시 어린이도 가능한 것으로 안내되어 있었다. 하지만, 가격이 문제였다. 두 명 모두를 태워주기 위해서는 30만 원이 넘는 비용을 지출해야 했다. 내일 도착할 인스브루크에서 스키를 타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스키장비 렌털 비용과 리프트 비용에 패러글라이딩 비용까지 더하게 되면 전체 예산이 좀 빠듯했다.
“아쉽지만, 여기서 패러글라이딩을 타든가 인스브루크에서 스키를 타든가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할 것 같아.”
“아, 둘 다 하고 싶었는데.”
“둘 중에 하나만 해야 한다면 그냥 스키를 탈게요.”
의외로 쿨한 일우의 대답에 적잖이 놀랐다. 내심 준비할 것이 많은 스키 일정이 번거로워 패러글라이딩을 타자고 하길 바랬기에 더욱 그러했다. 결국 오늘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인스브루크로 떠날 준비를 하기로 했다. 대형마트인 쿱에서 점심과 저녁거리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숙소의 공동 부엌에서 요리를 해 먹을까도 했지만, 시간도 번거롭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릴 것 같아 그냥 즉석식품으로 때우기로 했다. 다행히 식품코너에서는 냉동식품뿐만 아니라 따뜻한 훈제 통닭도 함께 팔고 있었다. 통닭을 사서는 중앙광장 벤치에 앉아 융프라우 만년설로 만들었다는 인터라켄의 맥주 ‘뤼겐 브로이’를 곁들여 점심식사를 했다.
우하핫! 너프건 장난감이닷!!아이들의 꼬임에 넘어간 덕분에 오늘 장보기는 쓸데없는 물건을 너무 많이 사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하필이면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이 스위스에서 말이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얼추 30만 원이 넘게 계산이 나왔다. 아이들이 사달라고 조른 장난감 총이 결정적인 원흉이었다. 이럴 바에는 오히려 패러글라이딩을 태워주는 편이 더 좋았을 뻔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내 쓰린 속과는 상관없이 여느 때와 같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새로 산 총으로 총싸움 놀이를 하고 있었다.
"빵야! 형, 맞았어."
"아니, 안맞았지롱!"
복잡한 주머니 사정은 아이들에게는 남의 나라일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벤치에 머리를 뒤로 기댄 채, 끝없이 높다란 스위스의 파란 하늘만 괜스레 쏘아보는 나였다.
인터라켄의 중앙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