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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평상 Aug 19. 2019

드디어 모차르트의 고향으로

잘츠부르크 중앙역 - 미라벨정원- 게트라이데 거리

드디어 모차르트의 고향이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인 잘츠부르크에 도착했다.      

잘츠부르크는 '소금의 산'이라는 뜻이다. 7세기 후반까지도 척박했던 잘츠부르크는 라이엔 할 광산의 소금을 팔아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후, 묀히스베르크 산 언덕에 호엔잘츠부르크 성이 쌓아 올려졌고 아름다운 건물들이 도시 곳곳에 세워지면서 잘츠부르크는 '알프스의 북로마'라는 별명을 얻게 되었다.

미라벨 정원 너머로 보이는 호엔잘츠부르크 성의 모습

잘츠부르크 중앙역에서 잘츠부르크 관광의  필수 아이템인 '잘츠부르크 카드'를 구입했다. 24시간, 48시간, 72시간의 세 종류가 있는 이 상품은  제한된 시간 내, 잘츠부르크 시내외의 대부분 관광지와 교통수단을 공짜로 이용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카드였다.


물론, 다른 도시들에도 이러한 관광 카드가 존재하긴 했지만, 대부분이 입장료 혹은 교통비 할인에 그칠 뿐 이 잘츠부르크 카드같이 거의 모든 관광지와 교통수단 이용료가 무료인 경우는 드물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관광지인 빈에서 비슷한 용도의 비엔나 카드를 구입했지만, 입장료 할인율도 낮고 교통수단 적용도 배제된 탓에 거의 사용하지 못한 채 돈만 버리고 말았다.


구글 지도를 이용해 숙소를 찾아 나섰다. 처음 도착한 여행지에서 맞이하는 이 과정은 언제나 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과 흥미를 주었다. 물론 게임과는 다르게 여행지에서의 위험은 실제였지만 때로는 그 부분조차도 견딜만한 긴장감으로 전해와 재미로 느껴지곤 했다. 이번에는 아쉽게도 게임의 재미를 느끼기도 전에 숙소를 찾아 버렸다. 여행이 길어지면서 게임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지도 찾기 미션 정도에는 익숙해진 모양이다.


잘츠부르크의 호텔은 인스브루크에 이어 조금 무리를 해서 4성급으로 예약했다. 하지만, 막상 도착해서 본 숙소는 4성급의 기대에는 전혀 미치지 못했다. 룸 컨디션도 그러했지만 무엇보다도 직원의 응대 태도가 인스브루크 힐튼 호텔에 비해 불친절했다. 특히, 여직원의 경우는 그 정도가 너무 심해 인종차별이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하루 사이에 금발의 천사와 악마를 한꺼번에 본 탓인지 친절하게만 느꼈던 오스트리아의 이미지가 다소 혼란스럽게 여겨졌다.

 

출발하기 전 아이들에게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송 장면을 보여주었다. 귀에 익숙한 노래에 아이들은 제법 흥미를 가지고 보았다. 이곳에 오기 전 영화 전체를 보여주었을 때에는 재미없다며 외면했던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데 유튜브의 짧은 동영상은 여러모로 유용했다.

      

48시간 잘츠부르크 카드의 개시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해서 버스를 타지 않고 잘츠 강변까지 걸어서 가기로 했다. 48시간을 최대한 길게 이용하고 싶은 까닭이었다. 잘츠 강변에 다다를 무렵 아이들이 커다란 장난감 가게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뛰어 들어갔다. 아이들의 그런 갑작스러운 행동에 화가 났지만, 마음을 추스른 후 내일 다시 오자며 차분하게 설득했다. 다행히  아이들이 내 제안을 수용해 갈등 상황을 간신히 면할 수 있었다. 여행 중 쌓인 스트레스 때문인지 아이들의 사소한 행동에도 쉽게 화를 내는 스스로가 걱정이 되었다.   

  

글을 모르는 중세 시민들을 위해 상점의 물건을 그림으로 표현한 게트라이데 거리의 철제 장식 간판을 보니 지난번 나 홀로 여행의 추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우리의 단골 밥집인 맥도널드에 들러 요기를 할까 하던 찰나에 게트라이데 거리의 왼편 골목으로 '김 168'이라는 작은 식당을 발견했다.  비록 초밥 메뉴가 있었지만, '김 168'이라는 간판과 '돌솥비빔밥' 같은 메뉴에서 한국식당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장소였다. 비좁은 홀 안으로 들어가 김치 삼겹살 볶음과 짬뽕, 돌솥비빔밥을 시켰다.


로마의 한식당 이후 오랜만에 먹는 한식이었다. 어설프긴 해도 제법 한국을 그립게 하는 맛이라 더욱 반가웠다. 특히, 짬뽕은 칼칼한 맛이 빠져있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까닭에 김치 국수 같은 맛이 느껴져 좋았다. 돌솥비빔밥은 한국서 먹는 것과 거의 같은 맛이었다. 오래간만에 고향의 맛으로 배를 채운 우리 삼부자는 매우 만족하며 배를 두드렸다.

심상찮은 비쥬얼의 한국 음식들

노란빛의 모차르트 생가 앞에서 색동 치마저고리를 차려입은 한국 아가씨들을 보았다. 곱고 화사한 한복의 모습에 마치 아는 사람인 듯 자연스럽게 한국말로 인사를 건넸다. 다행히 그녀들이 반갑게 인사를 받아줬다. 아이들은 모이를 발견한 병아리 떼 마냥 다가서더니 질문공세를 퍼붇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에서 오는 길이에요?"

"독일에서 왔어."

"우리는 스위스에서 왔는데."

"와! 스위스 좋았겠네."

"우리 스키도 탔어요."

"와! 대단하다."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자신들의 여행을 인정받고 싶었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착한 그녀들은 아이들의 두서없는 질문에도 웃으며 친절하게 대답해주었다. 한복을 입고 여행을 하는 그녀들의 용기와 자신감이 그들이 입고 있는 한복만큼이나 대견하고 아름다웠다. 그녀들의 다음 일정은 크로아티아라고 했다.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자 문득 크로아티아 일정을 잡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지금이라도 계획을 수정해볼까? 하지만 이미 일정 별로 좌석과 숙박 예약을 빈틈없이 마친 터였다. 계획을 수정 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희생이 너무 컸다. 100퍼센트의 만족을 바라는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 욕심을 버리기로 했다.

     

“얘들아 누나들한테 줄 아이스크림 좀 사 와.”


아이들이 돈을 받아 들더니 바람처럼 사라졌다. 밥이라도 한 끼 사주고 싶었지만 방금 식사를 마친 터라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에 아이스크림이라도 건네기로 했다.


“와,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는 모양이에요.”

“아뇨, 그냥 물건만 살 줄 아는 정도예요. 영어는 잘 못해요.”

“그래도 대단하네요. 보통 영어를 할 줄 알아도 부끄러워서 물건 같은 건 잘 못 사던데 아드님들은 전혀 거침이 없네요.”

“네. 벌써 여행이 두 달이 다 되어가니까요.”

당당함과 용기가 아름다웠던 누나들과 한컷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었던 미라벨 정원에 들러 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은 영화 속 트랩 대령의 아이들처럼 나무 둔치에 올라 잘츠부르크 아이들과 장난을 쳤다. 잘츠부르크의 서쪽 하늘에 번진 황금빛 석양처럼 우리들의 여행도 서서히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형, 무서워! 밀지말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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