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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이런 토마토를 본 적이 있습니까?

by opera



더워도 너무 덥다. 그래도 견뎌야 한다. 이제부터는 당분간 더 심한 더위가 온다니까... 올해는 "열돔 현상"이라는 새로운 친구로 이름한 찜통더위로 우리나라를 감싼다고 한다. 앞으로는 오늘보다 더 더울 것이다. 장마는 주로 밤에만 활동하다가 어제오늘은 주춤한데 일기예보엔 오후에 또 "흐리고 비"라고 한다. 두고 봐야지. 이런 더위엔 아무것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으면 오히려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막 바깥일을 잠시 끝내고 시원한 아이스라떼 한잔 만들어 책상에 앉으니 as good as it get's!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덥다고 짜증스러워 말고 어차피 내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환경이니 곁에 있는 "시원한 현실"들을 바라보며 작은 위안을 가져본다.


하나. 포인트를 주는 배롱나무 꽃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땀이 등을 적신다. 어제오늘은 햇살이 좋아 연속으로 빨래를 하고 있다. 아침에 여름이불 빨아서 데크에 널어놓고 다시 세탁기를 돌린다. 지난 주말에 피기 시작한 여름꽃의 여왕 배롱나무는 수국처럼 한 송이씩 소담하게 피고 있는 중이다. 찜통 같은 날씨에 꽃분홍색으로 온통 초록인 세상에 포인트를 주니 예쁠 뿐 아니라, 눈까지 시원하게 해 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두울. 소박하고 영양 많은 아침상

바쁜 사람들 나가고 고즈넉이 소박한 아침상으로 베이글 한 조각과 아메리카노 그리고 한창 익어가는 토마토를 식탁에 올려본다. 토마토는 아주 발갛지는 않아도 과육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무르지는 않다. 마치 분이 토실토실한 따근 하게 잘 익은 감자를 먹는 느낌이랄까. 향이 좋은 일리 아메리카노 한 잔을 곁들이면 베이글은 영양만점, 기분 만점의 아침을 제공한다.


셋. 이런 토마토를 본 적 있습니까?

약 한 번 주지 않은 작은 채마밭은 풀들과 더불어 제 몫을 열심히 해내고 있다. 가지는 따먹기가 무섭게 열리고, 벌써 제법 많이 따먹은 오이는 미처 확인하지 못해 늙은 오이가 돼버린 것도 있다. 토마토를 좋아해 욕심껏 심었더니, 덤불을 이루어 달려있는 열매를 제대로 확인하기도 힘들다. 고랑 사이를 뒀어야 한다. 그래도 심은 종류대로 잘 열려줘서 얼마나 기특한지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실력 있는 농부가 심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작은 농사라도 심어 먹는 즐거움을 깨달아 보라는 은혜다. 해를 보고 싱싱하게 익은 토마토라 겉에 생채기가 있는 것도 많다. 시중에 파는 토마토에 이런 모양을 본 적은 없는 듯하다. 자연이 주는 창조물 그대로 식탁에 올릴 수 있는 행복감이 좋지 않은가.


넷. 뜨거운 햇살만큼 맑고 푸르른 하늘까지.

뜨거운 햇살은 고통스럽게만 하는 것은 아니다. 습한 날씨 때문에 생기기 쉬운 여러 좋지 않은 것들이 햇살로 소독이 된다. 사람이야 그늘에서 잠시 피하면 된다. 푸르른 하늘은 코로나 때문에 떠나지 못한 여행지의 추억을 오롯이 생각나게 한다. 모처럼 멀리 산들이 선명하게 보이는 맑은 모습이, 모두가 겪고 있는 지금의 고통도 곧 지나갈 것이라는 작은 믿음과 함께 용기를 준다


세어보니 더운 날씨에 살짝 스쳐가는 바람처럼 "시원한 현실"들이 제법 많다. 오늘도 "열대야"라는 예보와 더불어 무섭게 더운 날이 될지도 모르겠다만 하루 내내 매 순간 덥지는 않을 것이다. 순간순간 불어주는 바람에 시원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오늘 하루도 바람을 친구 삼아 더운 날을 즐기면 된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시원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여름에 나무꾼이 나무를 할 때

이마에 흐른 땀을 씻어 준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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