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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계 대지 마세요!

엄동설한 제라늄꽃

by opera


결로가 얼어붙어 문 열기도 힘든

현관 한 귀퉁이,

여름 가을 쉬지 않고 꽃 피우던

노지 제라늄을 그냥 보내기 아쉬워

분에 담아 들여놓은

무관심 지정석.


삼색이 아침밥 주려 문을 열다 보니

연주황 꽃이 피었다

옆의 다른 아이도 꽃대를 물고 있었다

수도 없이 들락거렸던 문 귀퉁이에 있었건만

이제서야 눈에 들어왔다니...

혹 문틈새로 스며든 찬 공기가 외려 영양분이 된 것일까?

살아야 땅으로 갈 수 있다는 의지가 꽃으로 환생한 것일까?

생명은 계절과 상관없이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이었을까?

제 생각만으로 사는 인간들에게 다른 삶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을까?


"핑계 대지 마세요!"

엄동설한, 모진 풍파

아무리 덮쳐온다 해도

꽃 피우는 것과는 상관없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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