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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pera May 02. 2021

스마트폰으로 쓴 대만 기행 2

아류 공원, 타이베이



2012.10.17

"갔다 왔다"  "있다 없다"는 의미 없다. 모두가 할 수 있는 혜택의 차이지, 아무것도 아니다. 진짜는 "함께" 하고 마음으로부터 "느끼는 것"이다. 오늘은 아류에 왔다.


야류 공원은 타이베이 북부에 위치한 아류에 있는 해상공원이다. 정식 명칭은 대만 야류 지질공원(野柳地質公園  Yeliudizhi Park )이다. 오랜 세월 사암이 침식되어 생긴 바위들과 풍화작용을 통해 만들어진 벌집 모양의 기암괴석으로 이뤄진 신비로운 곳이다.  아름다운 해안과 자연이 빚어낸 기이한 모양의 돌 작품으로 유명한 관광명소가 되었다. 몇몇 작품은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보호한다. 클레오파트라를 닮았다는 "여왕 바위"가 유명해서 사진 찍으려는 사람이 줄을 선다.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여왕"이 되기도 하고, "무수리"로도 보인다. 여왕으로 생각하고 보니 여왕처럼 보일 뿐, 관점에 따라 다르다. 야류는 대만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지만, 작은 어촌답게 어업에 충실하다. 남 눈치 안 보고, 겉치레보다 실속이 강한 것은 언제 봐도 보기 좋다. 내실이 있어야 한다. "외모"와 "인정"에 목숨 거는 것도 한때이긴 하지만, 현실에 대한 괴리감이 커갈수록 극복하기 힘든가 보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 지금도, 명품 판매량은 세계적이라는 보도가 마음을 어둡게 한다.


자연이 빚어낸 야류 지질공원의 여러 작품들



오후에 중정기념관에 들른다. 8만 평의 부지에 땅은 나라에서 대고, 건물과 시설은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는 화교들과 대만 국민들이 돈을 모아지었다고 한다. 관리는 교육부에서 한다고 하니, 전개 과정만 봐도 의미가 상당히 큰 곳이다. 미국의 링컨 기념관처럼 장제스를 기념하기 위해 지은 것이다. 본관으로 가는 계단이 89개인데, 장제스가 89세의 나이로 타계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건물은 중국 본토 방향인 서북쪽을 바라보고 있다. 대만 정부의 대륙 수복 의지를 표현한 것인지, 고향을 그리워했던 선배들의 바램을 위한 것인지... 4층에는 그의 집무실과 생전에 사용하던 집기들이 전시되어 있어 사람들이 보고 사진을 찍는다.  여느 나라처럼 대만도 자기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단결심도 강하다. 학생들이 곳곳마다 많이 있어  활기차다.


대만은 청일전쟁에서 패배한 청나라가 일본에게 빼앗긴 후부터, 일본 식민지로 지배를 받다가 2차 대전으로 일본이 패망한 후 1945년에 중화민국으로 반환되었다. 이후 중화민국 관리들의  바람직하지 못한 통치와 폭력으로 타이완 본토인들과의 갈등은 심화되어 곳곳에서 항거가 일어난다. 1947년 장제스에게 개선을 요구했으나, 중화민국 정부는 공산당(중화인민공화국)에게 밀려 대만으로 오게 되고, 중화민국은 대만만을 통치하게 된다. 그때부터 1996년까지 국민당 일당체제로 정권이 유지되었기 때문에 장제스에 대한 평은 지금도 엇갈린다고 한다.


대만은 지진과 태풍이 많은 나라임에도 마천루가 많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제일 높은 타이베이 101 건물을 보러 갔다. "타이베이 101"은 2010년까지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었다. 이후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2021년 현재는 더 높은 건물이 많이 생겨 10위다. 영원한 일등은 없는 법이다. "타이베이 101" 은 중국인이 좋아하는 "부(富)"와 발음이 같은 "8"을 콘셉트로 하여 각각 8개 층의 건물을 수직으로 8개 쌓아 올린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삼성물산에서 시공한 것이라 한다. 태풍과 지진은 물론, 가장 무서운 바람을 고려하여 안전하게 지었다고 하니 자랑스러웠다. 쇼핑센터에서 아이쇼핑을 하고 지하 마켓에 들렀는데, 퇴근 후에 장을 보고 가는 직장인들이 많았다.  


중정기념관 외부와 내부 전시물


대만 최고의 건물 "타이베이 101"외부와 지하 마켓


저녁에 타이베이에서 제일 크다는 사린(스린) 시장에 왔다. 대만의 젊음이 살아 있는 사린 시장은 인터넷 검색으로도 꼭 들러야 할 곳이라고 나와 있는, 타이베이의 명소중 하나였다. 동남아 여러 나라의 유명 시장과 큰 차이는 없었다. 대학이 근처에 있어 학생들과 청년들이 특히 많고, 먹을 것과 잠시 즐기며 놀 것들이 많다. 시장 곳곳에는 온갖 것들이 다 팔리고 있었다. 사린 시장은 먹거리가 특히 유명하다는데,  보지 못한 것들, 먹어보기도 힘든 것이 많아서 쉽게 도전할 수 없었다.


용과를 먹었는데, 지금까지 먹던 용과 중에 제일 달고 맛있었다. 생긴 모양에 비해 정말 맛없는 과일이 용과라고 생각했는데 이곳 용과 맛은 고정관념을 깼다. 시장 음식값이 저렴해 사람들이 시간 보내기에 좋은 곳 같았다. 재밌는 점은, 청년 손님이 많고, 장사하는 사람들도 젊은 친구들이 아주 많았다. 중국은 젊은 사람, 아주 어린 청년들도 장사는 물론 호텔이나 식당에서 많이 일한다. 인구가 많고 워낙 큰 대륙이라 각지에서 경제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은 대도시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대만도 좁은 땅에 이천만 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어 그런지, 많은 젊은 친구들이 상업현장에서 분주히 활동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큰 애국자도 아니지만, 중남미나 아시아 쪽을 보면 이 점이 가장 부럽다. 노인인구는 세계 최고를 향해 가고 있는데, 젊은이들은 여러 어려운 상황 때문에 나라를 떠나고 싶어 하고, 출생률은 세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니, 기성세대로써 책임감도 느껴지지만 염려도 많이 된다. 몇백 개가 넘는 포장마차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활기찬 젊은 상인들이 보기 좋았다. 물가가 우리나라보다 약간 싼 듯한데, 돈의 가치는 훨씬 더 크다는 느낌 든다. 아니, 사실 더 컸다. 500원짜리(우리 돈 이만 원)를 환전했는데, 위폐인지 아니지 아줌마가 몇 번이나 확인하는 걸 볼 수 있었다. 나는 이만 원 쓸 때 그렇게 사용한 적이 있었던가 싶고 반성하는 마음이 들었다.



2012.10.18

아침 5시 반이면 해가 뜬다. 우리보다 남반구에 가까워서 그런 것일까. 두어 뼘 제쳐진 커튼 사이로 밝지 않은 우울한 잿빛 하늘이 보인다. 호텔 창문으로 본 날은 꾸물거리고 우울할 것 같은데, 사람들은 생동감 있어 보인다. 동남아의 풍경과 비슷한, 쏟아지는 자전거 오토바이의 물결은, 요즘 우리에겐 보기 힘든, 그들의 “니모"를 찾아서 벌써부터 도로를 넘실거리고 있다.  비록 먹고살기 위해서랄지라도 조금 부족한 그 무엇이, 이들에겐 훨씬 더 큰 만족감과 열정을 준 원인이 아닌가 싶다.  그 말이 꼭 맞지 않은가. 과유불급(過猶不及), 조금 모자란 듯 사는 게 행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안겨줄 수 있다.


엊그제 화련에서 기차 타고 오면서도 봤지만, 세 시간 내내 떠들어도 지치지 않는 게 중국사람들이다. 먹으면서 말한다. 입심은 곧 관계를 말한다. 고전에서 말에 대한 주의를 강조한 이유도 늘 말하는 것을 즐겼기 때문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회전 테이블을 돌려가며 끓임 없이 얘기하며 식사한다. 그 역사가 얼마나 됐는지는 모르겠다. 테이블 문화 자체가 우리와 다르다. 우리는 "한 가족이 식사를 해도 밥상이 여러 개"인 나라에서 자랐다. 예절 범절이라는 규율에 익숙한 문화 덕에, 은연중에 고지식하고 권위적인 면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주위에 이들처럼 몇 시간이고 떠들면서 밥 먹을 수 있는 친구들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오히려 내가 더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만든다. 


아침식사로 흰 죽과 토스트를 먹고(여기도 쌀죽이 나와서 좋다) 방으로 올라와 잠깐 쉰다. 오늘 아침은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 9시에 출발한다니 여유가 있다. 한 군데 잠깐 들른 후 공항으로 이동하여 오후 한 시 25분 비행기로 출발한다. 3박 4일 짧은 일정이었지만, 굳이 의미를 찾으려 안 해도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어디 사는 누구냐의 차이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는 맘먹으며, 짐을 꾸린다.



p.s.  2012년 10월 여행 시, 갤럭시 노트 1로 기록했던 여행기를 2021년 4월 수정하며 올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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