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이번 겨울의 최절정이었다. 사나흘 영하 20도를 훌쩍 넘긴다. 한낮에도 수은주는 영하 18도를 가리키기 일쑤다. 평소 내복 따위를 꽤나 싫어했었는데 혹한의 날씨에는 자꾸 껴입게 된다. 폭설로 교통대란도 겪어야만 했다. 추위와 눈폭탄에 더 해 코로나 확진자는 연일 500명대로 위기의 날들이 지속된다. 이렇게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성한 사람도 쉽사리 견디기 힘든 지경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끙끙 앓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래도 눈곱 떼고 화장실 가고 잠시 분주한 출근 준비를 하다 보면 어느새 몸은 가벼워진다. 2021년도 벌써 1월의 마지막 주에 접어든다. 시간 참 빠르다. 지난 2020년은 코로나와의 전쟁으로 개인의 삶을 스스로 절제하고 사회의 묵시적 강요로 기억에 남는 일이 없는 그냥 보내버린 한 해였다.
작년 가을 깨쯤 집 주위에서 자주 뵙던 유씨 영감님을 오랜만에 뵈었다. 납품을 하려고 마을 어귀를 나서는 길에 하천변 고추밭 앞에 서 계셨다. 겨우내 많이 편찮으셨나 보다. 얼굴빛에서 병색이 짙어 보인다. 가을에 뵙던 때와 확연히 달라지셨다. 그래서 어르신들이 하는 소리가 있다. 노인네는 어느 날 보이지 않으면 돌아가신 거라고. 다행이다. 겨우내 힘겹게 견디시고 따스한 봄날 볕 맞이 하시러 나오셔서. 빨리 쾌차하시기를.
코로나가 팬데믹을 선언하던 지난해 3월. 밤 낮 없이 일만 하던 사람들에게 갑자기 기계가 멈추는 일이 생겼다. 콜센터에서 대량 확진자가 발생되니 사람 간에 전파를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제하였다. 거리에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공장의 기계도 멈추었다. 주 5일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고 곳곳에서 한 달간 잠정 휴업도 생겨났다. 지나고 보니 그 길로 공장을 접고 폐업한 곳이 꽤나 많았다. 다행히도 이슬방울같이 드물게 들어온 오더 덕분에 우리 사업장은 그 시기를 버텨내었다.
나이가 오십을 넘어가니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어른 앞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가는 "옛기 이놈! 젊은 놈이 못하는 소리 없구나!." 호통칠 것이 뻔하다. 하기사 젊은 놈이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고혈압 약을 매일 먹고 있으니 할 말이 없다. 어느 순간 건강에 위기가 찾아온다. 하고 싶은 일들이 많다 보니 잠을 줄여야만 했다. 대략 3년을 하루 4~5시간 정도 잠을 자며 일하랴 공부하랴 사회적 인간관계 유지를 위해 쫓아다녔었다. 건강은 자신하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매일 수영으로 운동을 한답시고 건강에 자신 있었나 보다. 누구 말대로면 웬 근자감?.
결국 안면 한쪽이 내려앉았다. 안면마비에 대상포진까지 함께 왔다. 지난 한 해 코로나 때문에 세계가, 대한민국이, 사회 전체가 정신없던 날. 나는 안면마비 치료에 일 년을 보냈다. 후유증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일 년 전에 비하면 감사할 따름이다.
일할 수 있을 때가 건강한 때이다. 일 할만 하니까 오더도 들어와서 기계가 돌아간다. 유씨 영감님처럼 몸이 아파 집안에 누워있었다면 건강은 하루가 다르게 나빠졌을 거라는 생각이다. 아침에 끙끙 앓으며 일어나는 것도 고된 몸을 놀릴 수 있는 힘이 있어 하루를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다. 회복되지 않으면 문제이겠지만 혈기왕성하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니 이 또한 얼마나 넘치는 에너지인가.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했다. 중년 뱃살이라지만 비만을 줄이기 위해 적당한 식이요법도 꾸준히 해야 한다. 노동은 노동이지 운동이 아니다. 건강을 돋우는 운동도 꾸준히 해야겠다. 일할 수 있는 몸을 위해서. 일할수 있는 행복을 위해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