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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Aug 24. 2021

전철역안에서

아무말없이 아무뜻없이

지나가는 발걸음들을 본다

무채색의 것들은 이유도 없이 그저 걷는다

단 한번 묻지도 않았을 안타까움에 눈길이 간다

모르는 인연들은 스치고 지나치다 결국엔 만날 것이고

애써 기다리는 인연은 만나고 헤어지다 어쩌면 끝날텐데

계절의 지나침을 확인하고 만나는 우리는 어떤 인연이던가


계단을 올라가다 마주친 바쁜 걸음들

에스컬레이터에서 잠시 눈길을 준 낯선 얼굴들

어쩌면 아주 먼 내일의 인연으로 다가올 수 있을텐데

기다리던 인연과 기대하는 인연의 간극은 참으로 거대하다

우연과 필연의 사이에서 고뇌하는 인간이라 우습기도 하다

모른척 눈길을 피하다 결국엔 알아채주길 바라는 수줍은 마음에

오늘도 한걸음 한걸음 조심스레 걷는다


나와는 상관없는

긴박한 뛴 걸음에 사색이 된 얼굴에 흥건한 땀방울에

내가 가던 길을 먼저 내어주고 괜시리 어두워진다

바쁜 눈길에 고개 숙이며 걷다 부딪힌 걸음엔 짧게 쏘아붙이고

절룩거리며 불쑥 내 앞에 끼어든 노인의 걸음엔 그러려니 한다

모든 지나치는 발걸음들에 아무 뜻없이 눈길이 가는 오늘

유난히 그립고 또 그리운 마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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