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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Oct 25. 2024

하얀 수선화

짙은 푸른밤 빛을 내는 꽃들에

그날의 감정을 담습니다

빛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외로운지  알까요

그저 바라만봐야 하는데 시간은 나를 재촉합니다

빠른 길은 잊어버리고 늦은 나는 잃어버리라 합니다

의미없는 모든 움직임에 위로를 보내듯

하늘하늘 조심조심 꽃들은 인사를 건넵니다


괜찮아요 난

우리는 여기 있어요 길을 잃지 말아요

푸른 빛에 모두 실어 보내요

내가 잃은 것 대신 네가 얻은 것

네가 잊은 것 대신 우리가 담은 것

그 어떤것도 그 무엇도 누구하나 생각나지 않게

다 쓸어담아요

다 비워야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그러니 잃지 말아요

그리고 잊지 말아요

하나도 숨김없이 드러내어요

괜찮아요

우리는 진심으로 거짓을 연기할테니


하나둘 떨어지는 꽃잎에 담긴 말들을 줍습니다

새길 수 있으나 실제로 존재할 지는 모르겠어요

외로움에 고독은 푸른 밤 처연한 달과 같으니

나는 이대로 꽃잎에 파 묻히려 합니다

푸른 빛이 사라지면 마음이 상처이듯

붉은 장미 한아름 꺾어  선물할께요

무엇이 진심을 다한 노력의 산물인지는 알 수 없어요

존재하였으나 만날 수 없었고

남아있었지만 닿을 수 없었습니다

먼지라도 되어 한없이  다가가고 싶었지만

그 무엇도 되지못해 사라져 갑니다

애정하는 달빛아래

나의 눈빛과

나의 손짓과

나의 몸짓은

유일하게 허락된 실존이었습니다


혼신을 담아 연기를 해 준 꽃들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푸른 빛 물결 그 심연에서 나르시스를 불러봅니다

지나쳤을 인연들에 그리워하고

스쳐갔을 우연들에 괴로워하지 말아요

우리는 결국 당신에게 돌아올 테니

거짓된 얼굴을 지워버리고 맨 몸으로 태어날테니

그러니 제발 날 잊지 말아요

그러니,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에게 조심스레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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