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나봐 날 외면하고
녹색의 나뭇잎이 살랑거릴 때 아름다웠는데
함께 납작한 돌담에 앉아 말도 안되는 단어와 문장을 해집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었는데
비오는 호숫가는 슬프지만 비련의 여주인공은 아름답다며 사진작가놀이하던 우리였는데
그렇게 외면할 줄 몰랐어
좋았나봐 날 잊을만큼
아무것도 아닌 일로 토라져도 분홍빛편지지에 자작시 적어 수줍게 내밀면 금방 웃었던 우린데
도서관 앞이 이팝나무로 가득할 때 흐드러진 그 속에서 함께
책읽다 잠들던 우리였는데
그렇게 쉽게 떠날 줄 몰랐어
조금씩
새로운 연으로 기우는 네가 불안했어
조금씩
말이 없어지는 네가 나는 불안했어
우정은
사랑보다 길다고
어쩌면
내 가까운 미래에도 함께일거라고.
우정은
사랑이 아니니까
좋았나봐 날 밀어내고
우리의 추억이 새로운 시간에 잊혀져도
넌 정말 아무렇지 않았나봐
나때문에 떠난다는 너의 편지
말도 안되는 글을 나눠쓰며 서로의 필체를 단번에 알아채던 우린데
네가 아닌 다른 이의 문장에 나는 무너졌어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몰랐어
정말 넌 좋았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