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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 Oct 25. 2024

소원


나는 나비를 만난 줄 알았지

그냥 너라서 더 좋지 않을까 상상하며

누구를 먼저 마주쳐도 괜찮다고 믿었지

네가 날아온 날 나는 산산히 부서져 있었으니

그냥 혼자인 나보단 나쁘지않다고 생각했지

나비처럼 날기를 바랬지만

화려한 너의 날개를 부러워하진 않았어

그저 어디든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원했던 건데

나는 푸른 무늬의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 버린 거야


날 수도 없는 날개는 아름답게만 보여지고

알 수도 없는 몸짓은 춤을 추는 무희가 되어

여기저기 나풀거리다 풀썩 주저앉았어

왜 여기까지인지 아무것도 모른 체

그저 흩날리는 꽃잎이 되어버린 게

산산히 부서진 나보다는 나을거라 생각했지

나비처럼 날기를 바란 마음만으로도 행복했어

나는 유일무이한 푸른 밤의 주인공이 되어 버린 거야



날아날아 날아라 나비의 허상이여

아득한 절벽끝에서 마주한 시간의 무례함에

끝도없는 까만 밤의 터널에서 한참을 인내했어

헤매다 지친 내 발끝에서 떨어져나간 그림자는 춤을 추고

자신이 누구인지 몰라 부르짖는 파랑새의 울음소리만 가득해

어디일까 어디에서부터였을까

존재의 이유일까 존재의 유무일까 존재의 의문일까

푸른달의 깊은 한숨이 까만 밤을 물들이기를

안개처럼 피어난 그 속에 영원히 감춰지기를 바라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숨어있지도 드러나지도 않았어



나비의 날개짓이 멈추면 무지개가 뜰 거야

빨주노초파남보 모든 색이 모두를 물들이는 순간,

그때 나는 버려진 날개 하나 훔쳐 날아오를거야

아무도 아무것도 무엇도 누구하나 생각나지 않는 그 때

그 누구도 모두가 아닌 나만의 시간에 날아올라

방황하는 마음의 그림자를 찾아 함께 춤을 추어야지

외로운이에게 부탁한 별똥별도 함께 찾아야지

나는 진정한 푸른 밤의 주인으로 널 만날 거야

처절한 고독과 심연의 외로움과 독백의 차가움을

스스로 휘감은 체

버려진 감정과 찢겨진 고통과 외면의 무감각을

스스로 휘두른 체


나는 나비가 될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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