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살고 싶다
치료에 도움이 되니 환자의 운동을 병원에서는 적극 권장한다. 그렇다고 병원에 환자 전용 운동시설이나 트레이너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환자들은 혼자서 또는 보호자와 함께 복도를 조심스레 걷는 게 운동의 전부이다. 애걔, 그게 무슨 운동이람 할 수도 있지만, 환자들 중에는 혼자 걷지 못하는 이가 많은 상태에서 내 발로 걸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축복이고 행복이라 생각한다.
수술 후 담당 의사가 몇 가지를 당부했고, 그중에 열심히 운동하라는 말도 있었다. 열심히 했다. 남들보다 죽기 살기로 하면 금방 퇴원할 수 있을 거야 하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아침 일찍부터 걸었다.
5시 30분 X-ray를 찍고 나면 운동을 시작했다. 내 키만 한 이동식 링거대를 손으로 끌며 천천히 걷는다. 링거대 하단부에는 수술 부위와 연결되어 있는 플라스틱 통이 두 개 걸려 있다. 상단은 환자용 공간으로 손바닥만 한 수납공간이 있어 물이나 휴대폰을 넣고 다닌다. 최상단에는 항생제나 수액이 걸려 있다.
몸에 힘이 없으니 빨리 움직일 수 없고 충돌 방지에도 애써야 한다. 사람들의 진행 방향을 최첨단 AI처럼 추정해 내서 피해 다녀야 한다. 사람이 너무 많으면 잠시 서서 인파가 사라지길 기다린다. 느림의 미학이다. 복도 한쪽 벽에 등을 기대고 바삐 흐르는 사람들을 본다. "나도 주위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너무 빨리 살았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운동을 마치고 병실에 돌아왔다. 간호사가 수술 부위를 소독해 주며 말했다.
"운동 열심히 하시네요"
"네, 그럼요. 살아야지요"
많이 아프고 나니 제대로 살고 싶은 생각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