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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상

말없이 지켜보는 사람

열심히 살아야겠다, 잘 살아야겠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by 이래춘

시를 배우는 문우들 카톡 방에 하루 한 편 시를 올리고 있다. 올린 시에 대한 반응은 거의 없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니 꼭 해야 할 일도 아니다. 올릴 시를 찾고 고르고 감상하는 과정이 좋아서 할 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무반응은 가끔 아쉬움을 남긴다.

며칠 시를 올리지 못하고 수업에 참가를 했다. 문우들이 무슨 일이 있냐고? 왜 시를 올리지 않느냐고 묻는다. 그동안 잘 보고 있었다고, 아침에 시 한 편 보는 게 소소한 즐거움이었다고, 감사하다고, 말을 한다. 카톡 방에 보인 무 댓글이 그들 마음의 전부가 아니었다.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었다.


문학인 행사에서 어느 분이 예쁜 종이 가방에 책과 커피를 담아 선물로 주셨다. 커피는 본인이 정성 들여 직접 드립 한 거라고 했다. 놀이터 방문하듯 평소 내 블로그를 방문해서 쉬었다 가는데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실 방문을 해도 댓글을 남기지 않으면 블로그 주인이라도 어느 사람이 다녀갔는지 알 수가 없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었다



말 없는 사람들이 내 삶의 부분을 지켜보고 있다. 보이지 않는다고 들리지 않는다고 존재하지 않는 게 아님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잘 살아야겠다, 착하게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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