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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Oct 10. 2024

달큰한 고구마

  퇴직을 하고 가족회의를 했다. 나는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했다. 바쁜 직장 생활 때문에 하지 못한 것을 맘껏 해보고 싶었다. 회사와 달리 집안일은 퇴직이 없으니  아내의 몫을 나누자고 했다. 아내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 집안일에서 각자 할 일을 정했다. 나는 청소, 설거지, 빨래 접기, 음식물 쓰레기 버리기, 재활용 쓰레기 분리배출을 맡았다. 식사도 점심만 아내가 차리고 아침과 저녁은 각자 알아서 먹기로 했다.


  나이가 들면 근육운동이 필요하다고 해서 며칠 전부터 간단한 운동을 시작했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푼 다음 플랭크와 푸시업을 했다. 일주일마다 목표치를 올려서 하는데 꽤 힘이 든다. 샤워를 하고 야채와 구운 계란, 사과, 요플레 그리고 커피 한 잔으로 아침을 마쳤다. 간단해 보여도 은근히 배가 부르다. 부엌에 나오니 전기밥솥에서 김이 쓕쓕 나오고 있었다. 아침은 각자 먹는데 웬 밥을 하지 의아했다. 아내는 점심에 친구들과 약속이 있나 보다 생각을 했다.


  알고 보니 고구마를 찌고 있었다. 며칠 전 처가에서 가져온 거였다. 아내의 아침은 커피와 찐 고구마였다. 아내가 밥솥에서 빨간 고구마를 꺼내며 물었다. "고구마 안 먹을 거야?" 아내는 장난으로 위협적으로 말했다. 배가 부르지만 "아니 먹을 거야. 안 먹으면 목숨이 위험할 것 같은데?" 작은 사이즈를 골라서 고구마를 먹었다. 촉촉하고 쫄깃하고 달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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