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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춘 Oct 12. 2024

홍도 바닷가에서 말했다 "우리 아기 낳자"

아들탄생기

  "좀 있다 갖자" 결혼하고 아내에게 자녀계획을 미루자고 했다. 신혼은 인생에서 다시 오지 않는 가장 아름다운 날들이다. 아내가 육아의 부담을 가지지 않고 꽃 같은 시절을 맘껏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어쩌면 내가 아버지가 되기 위한 준비가 덜 되었거나, 조금 두려운 마음이 있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결혼하고 첫 번째 여름휴가를 홍도로 갔다. 석양이 질 무렵 섬 전체가 붉게 물들어 홍도(紅島)라고 이름 붙여졌다. 희귀 동식물이 많고 곳곳이 절경이다 보니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이고 해상국립공원이다. 섬 한 바퀴를 도는 유람선을 탔다. 신비로운 풍경에 넋을 보고 있노라면 어디서 어선 한 척이 유람선에 다가왔다. 갓 잡은 활어를 회로 팔고 있었다. 유람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싱싱한 회와 소주를 먹는데 최고의 진미였다. 아내도 그때 먹었던 회를 인생 최고의 맛이었다고 이야기한다. 


  텐트에서 일찍 저녁을 먹고 바닷가를 산책했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파도에 쓸려가는 몽돌 소리가 아름다웠다. 그런데 저만치서 환상적인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낚싯대를 어깨에 두른 젊은 남자가 어린애의 손을 잡고 붉은 노을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나도 내 아들과 해 질 녘에 바닷가를 걷고 싶었다. 텐트 안에서 쉬고 있는 아내에게 급하게 달려갔다. 텐트 문을 활짝 열면 말했다. "우리 아기 낳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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