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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앤디 Dec 27. 2019

야생곰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캐나다 여행 에세이 2. 익숙함에 대하여

캐나다는 야생동물의 천국이.


곰, 비버와 같이 익숙한 동물들부터, 산양, 엘크, 들소, 무스 등 이름만 들었을 때는 생김새가 바로 떠오르지 않는 동물들까지 수백여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많은 야생동물 중 우리가 곰을 처음 만난 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라는 도로 위에서였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밴프 국립공원과 재스퍼 국립공원을 이어주는 국립공원 내의 도로로 그 길이가 약 300km에 달한다, 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세계 10대 드라이브 코스로 불릴 만큼, 이번 로키 여행 중에 꼭 한번 경험해봐야 할 필수 여행코스 중 하나였다.


내가 간 날은 6월 중순임에도 불구하고 눈이 내렸다. 눈발이 날리는 정도가 아니라 폭설이 내렸다. 며칠 후 다시 이 길을 돌아와야 했기 때문에 멋진 광경을 볼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폭설이 내리는 풍경이 오히려 새롭고 신선게 느껴졌다.



하지만 한창 잘 달리던 길이 막히기 시작하고, 더 이상 움직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급차와 경찰차가 지나가고, 우리의 한참 앞에서 사고가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이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차에서 길이 뚫릴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아니면 30분여를 돌아가 더 크로싱이라는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화장실도 가야 했고, 배도 고팠다. 그래서 우리는 더 크로싱을 향해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


한참을 되돌아 가는데, 저 앞으로 거뭇한 형상의 무언가가 보였다. 야생 곰이었다. 그렇게 곰과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성사되었다.


조카들과 동물원을 함께 가서 얼마나 숱하게 봐왔던 곰이란 말인가... 그렇게 익숙한 곰이었지만, 야생에서 만난 곰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마치 곰이란 동물을 살아생전 처음 본 어린아이와 같이 기뻐하고 신기해했다. 새로운 환경에서 익숙한 것을 새로운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느꼈던 감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곰과의 짧은 만남은 끝이 나고, 약 2시간여의 더 크로싱에서의 대기 후 우리는 무사히 재스퍼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재스퍼에서의 3일간의 일정 동안 우리는 야생 곰을 약 10여 차례 만났다. 곰의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 시간이 점차 감소하다 마지막에는 '와 곰이다'라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그냥 곰을 스쳐 지나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마치 동물원에서 곰을 봤을 때와 마찬가로... 불과 3일 전까지만 해도 너무나 새로웠던 것이 어느덧 다시 익숙한 존재가 된 것이다.


곰을 통해 익숙해짐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에 익숙해져 아무런 감정마저 느끼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있을까.. 만약 그 익숙한 것들을 새롭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삶이 즐거워질까..


마지막으로 곰을 처음 만날 때 촬영한 동영상을 첨부해본다. 그때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함께 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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