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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禪)과 하느님의 마음 #1

"미움과 아픔"

by 깨닫는마음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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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누군가를 또 무언가를 미워하고 있을 때, 그대는 실은 아픈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대의 마음이 아니라, 그대를 위한 하느님의 마음입니다.


이 세상에 아무도 자기 편이 없는 것처럼, 그래서 이 모든 것을 유능하고 정의롭게 자기 혼자서 책임져야 한다고 믿으며 살던 그대가, 도저히 그대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견고한 벽과 같은 일들을 만나 어떻게든 그 벽을 부수기 위해 그대의 머리를 벽에 찧고 있을 때, 바로 그것이 그대의 입장에서는 미움이며, 하느님의 입장에서는 아픔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모든 것이 다 자신의 못남과 부족함 때문이라고 생각하면서, 홀로 단단한 벽에 머리를 수없이 찧고 있는 그대의 모습을 보시며, 하느님은 지금 아파하고 계신 것입니다.


바로 그대와 같은 아픔을 느끼고 계신 것입니다.


바로 그대와 함께 아파하고 계신 것입니다.


이렇듯, 그대가 벽으로 막혀 깜깜한 현실 속에서 눈을 흐린 채, 그저 미워하는 것밖에는 할 수 없는 때일지라도, 그대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그대의 미움조차도 하느님을 부르고 있는 등불입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홀로 등불을 쥔 채 떨고 있는 그대의 두 손이, 더 큰 하느님의 두 손에 가득 감싸여 함께 쥐어짐으로써, 그 떨림이 멎고 고요해질 수 있도록 하느님을 이 자리에 모시고 있는 작은 빛입니다.


어둠이 깊은 만큼, 작아서 더욱 선명한 빛입니다.


하느님께서 결코 알아보지 못하실 수 없는 빛입니다. 결코 그 시선에서 놓치실 수 없는 빛입니다. 결코 사랑하지 않으실 수 없는 빛입니다.


그대의 미움도, 이렇듯 이미 하느님의 마음 속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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