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모른다"
사람들은 모른다.
세계가 끝났다는 것을.
그러니 그들은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우산을 쓰고, 거리를 걷고, 집으로 돌아간다.
사람들은 정말로 모른다.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그러니 그들은 아무도 아닌 것처럼 당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내가 거리에서 멈춰섰던 것은 인파 속에서 불현듯 당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니다.
우산을 내려놓고, 거리에 서서, 세계 속에 머물게 된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이 멈춰섰던 그 자리였기 때문이다.
비에 흠뻑 젖은 화사한 얼굴로 당신은 말했다.
"나 지금 살아있는 게 너무 행복해."
그때의 그 눈동자 속에서는 무감한 짜증이 섞인 내 얼굴밖에는 비치지 않았었지만, 지금이라면 볼 수 있을까?
내 얼굴로 가리워진 장막 너머로, 당신의 눈빛 가장 깊은 곳에 고요히 자리잡고 있던 그 어떤 말못할 확신과 대책없는 신뢰 같은 것을.
세계가 무너져갈 때에도 당신은 도무지 대책없었다.
사람들의 등 뒤로, 어깨 너머로, 그들이 향하는 그 어딘가를 향하여, 당신은 대책없는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말못할 확신이었다.
이 모든 사람이 반드시 행복해질 것이라는 정말로 대책없는 신뢰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대답은 단순했다.
"나도 지금 행복할 수 있었으니까."
망해버린 세계의 한가운데, 거리에 서서, 비를 맞으며, 나는 당신의 그 말이 어떤 뜻인지를 이제 분명하게 이해한다.
나도 당신처럼 사람들에게서 자신을 보며 그 행복을 확신하는 대책없는 놈이 되었으니까.
나는 지금 행복하니까.
사람들이 모르는 것은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가장 행복한 곳으로 확신했던, 이 세계를 무척이나 사랑했던 당신이 한참 동안 거리에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