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발자국
어떤 시인은 사막에서 외로워서 뒤돌아 자기 발자국을 돌아봤다고 한다. 외로움에 사무치면 누군가의 흔적이 그리운 법이다. 비록 그게 내가 만들어낸 흔적일지라도 순간을 지우고 타인의 것으로 생각하면 위로 받곤 한다.
아침에 새하얗게 내린 눈은 나를 흥분시켰다. 특별히 볼 사람이 있던 것도, 사랑 하는 이도 없었지만 눈이 왔다는 사실이 나를 들뜨게 했다. 이럴 때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깨에 묻은 눈을 닦아주는 것으로도 그냥 좋은 사람,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을 같이 입을 벌리며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 작은 눈빛, 손길, 몸짓 하나에도 예쁜 눈웃음으로 나의 가슴에 안겨줄 사람.
사막에서처럼 눈밭에 그리움을 남긴다. 홀로 왔지만 누군가도 함께 이 길을 걸어갔을거라 생각하며, 곧 더럽혀지기 전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따스한 햇살에 저절로 녹아 주기만 하면 좋겠다. 질척질척 기억에 남아 괴롭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