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곁에서라면, 어디든지
그 땐 그랬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에 아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저주하고 미워하고 그 사람의 탓을 못내 하다가
나를 비하하고 자책하고 나의 자존감에 상채기를 내었다
다시 만난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은 듯
손을 내밀고 말을 걸고 웃음을 건냈지만
상처입은 강아지마냥 나는 이리 저리 도망다녔다
다시 그 사람에게 빠질 수 없었다는 건
나의 한가닥 자존심이라 여기면서.
언제 그랬더라.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했던 말을 기억한다
그 사람 말처럼 조금씩 우연히 마주치는 순간에
그 사람이 노력하듯이 조금씩 마음이 열려진다
그게 시간이 했던가 그 사람이 했던가
내 자존심은 그냥 얼음이었던 거다
따뜻한 그 사람 손길과 눈길에 이내 녹아 없어지는.
시작한다는 말은 우습다
그 사람이 바라는 나는 내가 바라는 그 사람과 틀리다
서로 엇갈린 길을 향해 가지만 내가 방향을 틀기로 했다
같이 걸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지
얼굴도 못생기고 키도 작은 내가 성격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는가?
당신에 대한 배려로 당신의 웃음을 볼 수 있다면
그 웃음이 늘 내 곁에 있지 않아도 의미있겠다 싶다
그래 다시 방향을 바꿔 한걸음 걸어보자
아니 내가 이제 걷기로 했다
그대 곁에서 발 맞춰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