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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랜벗 Dec 25. 2017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내년도 미리 크리스마스

또 다시 크리스마스가 왔네요

사랑을 듬뿍 받았음에도 깨닫지 못하고

질투에 눈이 멀어 상처입히기에 급급하다

놓쳐버린 기회에 아쉬워 하던 그 때에

그래도 사랑한다 고백했던 크리스마스였었는데


이제 겨우 만날 때 목례대신 두 손을 흔들고

같은 공간에 둘만 남아 있어도 어색하지 않고

가끔은 말을 편하게 놓아도 이상하지 않게 되었지만


아직도 이마에 열을 재 주기에는 쑥스럽고

산책 같이 하자고 말 건네기에도 멋쩍고

옆에 와 앉으라고 말하기에 용기가 필요하지요.


그래서 아직도 이런 특별한 날이 아니면

속내를 터 놓기도 쉽지 않아요.

딱히 속내라고 꼭꼭 숨기지는 않았지만.


바쁜 마음 속을 내가 더 어지럽히지 않는지

그래서 내가 이런 말들을 하는 것이

방해만 되고 있는지 늘 걱정해요.


바쁜 마음 속에도 이야기 들어주고

투정을 받아줘서 정말 고마워요.

그게 나에 대한 사랑인지 동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함께 있고 말을 나누면 편했어요.


무슨 말이라도 나눌 수 있을 것 같은 안도감에

이런 이야기도 막 하나봐요.

그게 당신의 장점이면 장점이고 단점이면 단점이겠지요.

난 좋은데 당신은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도망가는 거라면... 이해해요.

나의 편안함을 위해

당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건 폭력이니깐.


그럼에도 늘 사랑한다 이야기해 주고 싶고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건

내가 감정적이고 감상적이라서 그런가봐요.

그런데 어쩌죠. 난 그걸 바꿀 생각이 없는데.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어 좋은데.


사랑에 빠진다는 건

꽤나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당신 생각을 하는 거예요.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감정이었는데

그게 되살아나더라구요.


얼굴만 봐도 두근두근하고

손끝이라도 스치면 전기가 통할 듯 싶고.

웃는 모든 모습이 나를 향한 것 같고.


그러다 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봐

일부러 멀리 피해가기도 해요.

일부러 내 마음에 알리바이를 만들지요.

그래, 나만 이렇게 좋아할 순 없어. 강해져야 해.


하지만 크리스마스 잖아요. 오늘은 좀 약해져 볼래요.

그래서 좀 뗑깡도 피우고 졸라도 볼래요.

한 번 만나주면 안되요?

여행도 좋고 나들이도 좋고 영화라도

아니면 밥이나 커피라도.

무지하게 조르면 커피는 가능할 건 같은데,

이렇게 바쁜 마음에 그건 무리겠지요?


올해에는 그냥 이렇게 이야기 보내는 걸로 만족할께요.

내년 크리스마스엔 여유로운 마음이 되어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어요.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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