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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드한 Apr 27. 2023

중국 출장 그리고 그 호텔 - 13 (1 부 끝)

재수 없고 냉소적인 인터뷰 스크립트와는 달리, 그녀의 콧잔등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모든 인터뷰 절차가 끝나자 여기자는 함께 온 사보팀 남자 기자와 조용히 기도를 했다.  

매서운 눈매를 가지고 있는 남자 기자는 인터뷰 내내  오른손 네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다다닥 두드렸었다.

거슬리는 버릇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는 내게 다음에 또 이와 같은 글을 실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가능하면 연재물로. 비용 일체를 지불할 테니 같은 호텔 같은 호실에 한 번 더 가보는 것이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방금 ‘다음에 또’라고 했나?  한 번이면 족하다.  

아마 당신은 이만한 일로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고 출장지에서는 특급 호텔을 단독으로 이용하겠지.  

그런 일을 되풀이하다 보니 너무 위험한 사상을 품게 되었어.   

공포실화를 하이틴로맨스물처럼 가볍게 취급하는.      

이런 일 찾아다니며 들쑤시다가 추락하는 비행기 안에서 한 개의 안전벨트에 같이 묶일지 몰라. 

즉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고양이가 땅 속 깊은 구멍으로 자진해서 뛰어드는 꼴이 날 거라는 얘기지.     

하루 온종일 귀신이야기를 하다 홀로 된 저녁이면 이전 같지 않은 공포를 조금은 더 떠안고 화장실 거울을 봐야 하는 대가는 치러야 해. 적어도.



     

더 이상 빤히 쳐다보면 에티켓이 아닌 정도의 시간 동안 그 여기자의 눈을 쳐다봤다.     

똑 부러진 눈이었다. 

어느 쪽이냐 하면 혹독한 자기 훈련을 하고  좌절 없는 커리어를 만끽하는 삼십 대 여성의 자신감에 찬 눈. 

더 낮은 계층 ( 2인 1실의 호텔방을 이용하는 계층)의 아픔에는 게으름을 운운하며 눈 감고 자신의 성공을 개인시하는 눈. 

거기까지 갔으면 되돌릴 방법은 없다. 삶이 무너져 내려도 자존심은 뾰족이 솟아 있을 것이다.

키우는 반려동물이 개라면 모르긴 몰라도 그 개도 자존심이 셀 것 같다. 아마 푸들.     

 

그럼 이제 저희는 가보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행운을 빌게요. “     

행운을 빌 거라면 좀 더 정성스럽게 빌어 줬으면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쨌거나 나는 행운이 필요한 사람이니까.  

   

잠깐.‘어쨌거나’라는 말. 

시시하고 공감가지 않는 남의 말을 끊으려 저 기자가 방금 했던 말.

치파오를 입은 그 호텔 데스크 여직원도 했던 말이다. 

그러고 보니 그날 호텔여직원을 많이 닮아 있다.

같이 온 남자는 택시기사를 많이 닮아 있고.     

주위의 공기가 다시 살짝 무거워졌다.

          

떠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이제는 다 외운 주기도문을 암송했다.

     

Our Father in heaven,     

hallowed be your name,     

your kingdom come,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Forgive us our debts,     

as we also have forgiven our debtors.     

And lead us not into temptation,     

but deliver us from the evil one.     

For yours is the kingdom and the power and glory forever.     

Am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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