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사람이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죠

by 현진현

"그래도 해보세요."

누가 자꾸만 부추기네요. 하긴 고백할 입장이 아닌데 당신의 흔적을 생각만 해도 고백을 하고 싶어 져요.

군청색 바바리코트를 입고 쉘 핑크 가득한 꽃다발을 뒤춤에 감추고 당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싶어 집니다.

고백을 한다고 뭐 달라질까요? 이상한 사람이 되는 건가요? 아니면 웃긴 사람! 그래도 해보세요 정도의 격려는 사양합니다.

내가 연기 9단이 아니라면 당신은 이미 고백을 받았을 겁니다. 난 이미 이상한 사람이거나 웃긴 사람!

어제저녁 10시 30분 무렵 야간 라이딩을 하는데 자전거 도로 한쪽으로 들국화가 노랗게 피어 있었어요. 그래서 잠깐, 사실 난 저 노란색을 미치도록 좋아해요 라고 말해야지... 다짐할 뻔했죠. 고백 같지도 않은 고백!

내가 왜 이상한 사람이 될까 하면요 매일 이 지루한 표정으로 고백하면서 소리 내서 말로 뱉는 건, 했던 말을 또 하고 또 하는 이상한 짓이 될 게 틀림없기 때문이랍니다.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꽃도 질 거고 내가 할 말도 없어지겠죠. 그저 당신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심지어 당신을 가져도 뭔가 늘 허전할 겁니다. 당신은 그저 나를 바라보기만 하는데 말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내가 말하자, 당신은 멀뚱멀뚱 꽂던 꽃을 내려놓더군요. 표정이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은 그런 말을 너무 쉽게 자주 하는 것 같아요."

"뭐라고?"

내 표정이 되묻습니다.

"말을 좀 아끼라고요."

나는 다시 말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고 당신은 그런 사람이야."


새벽 2시, 경찰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당신이 받았습니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통화를 하고 전화를 끊습니다. 아들 녀석이 학원가의 무인 PC방에 있다고 경찰이 알려주었습니다. 스터디 카페에 간다고 했던 녀석이 PC방에 갔던 모양입니다. 당신과 나는 똑같은 표정을 하고서는 아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다섯 개의 교차로를 지나는 동안 당신과 나는 조용히 걱정했습니다. 중요한 건 당신과 내가 같은 표정이었다는 거고요.

경찰로부터 아이를 인계받아서 다시 밤길을 되짚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아들에게 훈계를 했죠.

"코로나로 온 나라가 근심인데 PC방을 가서야 되겠니?"

내가 말하자, 당신도 말했습니다.

"그러게. 게임은 집에서 해도 되잖아."

당신과 내가 거의 비슷한 표정일 거라는 확신에서 안도감이 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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