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평생 단 한 편의 영화만 만든다

by 현진현

영화 역사의 주요 인물인 존 포드, 그가 말했다.


감독은 평생 단 한 편의 영화만 만든다


홍상수 감독이 말했어도 될 것 같다.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도 그랬다. 모차르트를 칠 때도 스크랴빈을 칠 때도 호로비츠만의 스타일이었다. 자신의 스타일을 버리면서까지 브람스를 연주하진 않았다. 영화감독은 이야기나 이미지 등의 대상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든다. 존 포드가 이어서 말했다.


그는 그것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반복할 뿐이다


태어났을 때의 머리털, 그 숱의 많고 적고 또 가늘고 굵고... 그 모양은 충분한 생을 살고 죽음에 이르렀을 때의 머리털과 같다. 그렇게 한 사이클을 살면서 우리는 시간을 쪼개기도 하고 쭉 늘여서 드러눕기도 한다. - 인간이야말로 일생, 그저 하나의 생을 산다. 영화 따위에 비할까.

감독의 스타일을 관통하는 것은 어떤 내러티브이면서 이야기이면서 말이기도 하면서 소리이기도 하다. 그것은 '빛'이다. 일생을 관통하는 것은 빛이고 순간이다. 스타일을, 혹은 무거운 생을 주장하다가는 아무도 이야기와 말에 주목하지 않는다. - 매 순간 빛이 들고 빛이 비껴가고 빛이 쓰러지고 빛이 쏟아진다. 그 빛들을 간직해서 저물녘에 꺼내보려는 생각은 말자. 좀 더 나은 생이란 빛과 순간들을 스스로 즐기는 것일 뿐. 자신을 위배한 어떤 시도도 실패한다. 숙명적인 실패, 무거워서 좌초하는 숙명적인 실패다.


가녀린 머리칼로 죽는다


인생은 하나의 세계, 존 포드에 의하면 서부에서의 삶이다. '인생은 거기서 거기'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사실상 인생은 거기서 거기'다. - 심지어 영화라는 종합예술도 그렇다잖아. 그러니 길을 걷다 빛을 만나고 함께 뛰어다니길.

P.S. 빛을 다루는 직업이라 그런지 존 포드는 선글라스를 즐겨 썼고, 사실상 폼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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