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요

by 현진현


“쉰 넘어 사람 바뀌겠어? 그렇게 사는 거지.”

선배가 큰 고심 없이 말했다. 쉰이 넘지 않은 나는 쉰 살이 넘은 그 당사자 하고는 상관없이 마음이 그냥저냥 해졌다. ‘사람은 안 바뀐다’ 같은 단정적인 말보다는 나았지만… 오늘은 뭔가 이타적인 컨디션인지 기분이 별로다.

'그렇게 사는 것'에는 저간의 사정이 있지는 않을지. 그렇게 사는 것? 그렇게 사는 건 또 뭘까… 몇 번 속으로 되뇌다 별생각 없는 척 말을 받아본다.

“서서히 바뀌니까 알아채지 못하는 건 아닐까?”

창가로 가서 곰곰 돌이켜보니까 나는 나 자신 말고도 쉰이 넘든 안 넘든 바뀌는 타인도 있다고 믿는 편인 것 같았다.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하루 세 끼 밥 먹듯 들리던 서점이 있었다. 지하 1층에 있는 이 서점 위에 사무실이 있었다. 엘리베이터 버튼만 누르면 아무 때고 들릴 수 있어서 사내 도서관처럼 좋았고 책의 진열도 웬만큼 좋았다.

사무실을 떠난 지 수년이 흘러 최근에 다시 그 서점을 들르게 되었다. 들어서는 순간, 일단 그 서점은 그대로였다. 서점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면서 익숙한 것들과 조우했다. 서점에는 여전히 조용조용한 BGM이 흐르고 있었고 익숙한 기운도 느껴졌다. 그렇기도 했는데, 시간을 들여 찬찬히 둘러보면서 몇 가지 변화를 알게 되었다.

서점의 한가운데 커피숍이 들어섰다는 건 그때도 있었나 싶은 자연스러운 변화였고 무엇보다 책의 카테고리에 따라 서가의 위치가 과감하고 정교하게 변화해 있었다.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안아주는 내 전기 기타는 시간이 지나면서 소리가 변해간다. 전기를 먹고 뱉어내고 전기 속을 누비고… 그러면서 부품도 줄도 몸통의 나무도 어딘가 달라진다. 더디고 더디다. 전기야 220 볼트 언저리 그대로이겠지만 기타의 소리는 작년이 다르고 올해가 다르다. 소리는 같은데 듣는 내가 달라졌을 수도 있지만.

과학적으로 보자면 인간은 세포가 죽고 새로운 세포가 생겨서 육체가 유지되니까 순간마다 계속 새로운 인간이 된다. 어제의 인간은 충분히 다른 인간이다. 이런 변화는 더디다고 보기도 어렵다. 반면 역사의 진화는 아주 더디다. 절대자가 손가락만 까딱하면 죽어야 할 운명들이 수두룩했던 시절은 마침내 뒤바뀌지만 그 '마침내'는 수백 년을 뜸 들였다. 역사 속에서는 나쁘게 변하는 것들도 많다. 녹슬고 헐고 사라지고… 상실되는 것들 말이다. 요컨대 역사는 역사답게 긴 시간을 견뎌서 변화한다. 하긴 너무 긴 시간이라면 변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 서점도 기타도 나도 다른 사람들도 변할 수 있고 변하지 않을 수 있다.


며칠 전에 또 다른 선배가 이렇게 말했다.

"사람 고쳐서 못쓴다."

'아, 그 사람. 그 사람은 그럴지도...'

스스럼없이 동의하면서 맥락 없이 말을 받았다.

“선배는 음... 오늘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응?"

선배가 날 쳐다봤다.

"뭔가 점점 좋아진 것 같아. 변화가 있다고."

"변화가 있다고?"

어쨌든 ‘사람은 바뀐다’는 명제는 나를 설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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