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라도 만들어서 가져다줄까?]
[아뇨.]
일이십 분이 흐르고...
[카피 마시고 싶대요.]
[응.]
아내의 친구들이 아내를 위로한다고 집 근처로 왔다. 같은 동네에서 살다가 일산으로 광교로 흩어진 그녀들을 나도 잘 안다. 와서는 안양천변을 따라 걷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아이들 저녁을 해먹이고 나서 아파트 지하주차장 친구의 차(카니발) 안에서 수다를 떨고 있다고 전해왔다. 예전처럼 넓은 집이 아닌 데다 고3 중3에 나까지 있으니 집으로 오진 못하고 밖인데, 어디 갈 곳도 마땅치 않았을 거다. 아이 엄마들은 코로나를 더 조심한다. 그래서 물어봤다. '커피라도 만들어서 가져다줄까?'
난 이래 봬도 커피숍 주인을 꿈꾸는 남자다. 내 생애 최초의 배달 주문이 들어온 거지. COVID19가 일조를 한 것 같기는 한데... 칼리타의 웨이브 드리퍼에 필터는 블루바틀 웨이브를 올리고 어찌어찌 블랜딩 한 35g을 갈았다. 보온병에다 바로 서너 번 휘휘 내려주고 찬물을 탔다. 그리고 다시 뜨거운 물. 종이컵 세 개를 챙기고 거의 7분 만에 완성. 배달은 역시 속도전 아니겠냔 말이지.
커피를 건네는 순간 말 그대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배달이란 이런 건가?
맛없으면 어쩌지? 수다를 떨면 입이 마를 테고, 그러니 적당히 맛있어도 아주 맛있게 느낄 거야. 적당히 맛있지도 않으면... 보온병은 깨끗한가? 미적지근하면 안 되는데 찬물을 좀 많이 부었나? 종이컵 중에 불량은 없겠지? 커피가 세서 흐르면 불쾌한데... 캡슐 커피로 만들 걸 그랬나?
1층으로 커피를 가지고 내려가서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 친구도 같이 와서 커피를 받아갔다.
20여 분이 지나고 문자로 물어봤다.
[커피 어때요?]
아직 대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