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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Hyun Nov 21. 2022

일상의 문장들 9 ~ 16

9

“어떻게 되겠지.”


‘좋을 땐 좋을 줄 모르는 게 사람이야’라고 하면 좋겠다. 봐봐, 존 레논이 노래했잖아.

‘상상해보라고, (       )이 없었다면…’ 

좋든 나쁘든 한 발 한 발 고심하며 살고, 좋든 나쁘든 한결같이 긴장좀 하자. 주말에 혼자 있음 좀 일케 되네. 어떻게 되겠지, 하고 고민을 물고 있다가 쓰윽 내려놓고 또 미안해지고… ‘어떻게든 되겠지’ 보다 ‘어떻게 되겠지’가 좀 덜 미안해져서. ‘든’을 뺐다. 

하여간 내 결론은, 2035년까지만 일하는 거다. ‘회사에서의 일’이다. 



10

“그가 그녀를 감싸안고, 그녀의 귀에 그의 숨결이 닿는 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느 누구와도 이렇게 친밀하다고 느껴보지 못한 채 평생을 살아간다고, 메리앤은 생각했다.” - [노멀 피플], 샐리 루니, 김희용 옮김 


메리앤의 배경과 캐릭터 작은 역사를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와 친밀하다고 느끼는 순간을 가졌다고 나는 믿는 편이다. 



11

“이미 다 벌어진 일이야.” 


세상 강력한 상담의가 설명 설득 위로할 필요없다. 과거는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미 다 벌어져서 어떻게 하자고? 알다시피 

“묻는 자가 답을 알고 있다.” 



12 

“살아간다.”


‘산다’만큼 단호하고, ‘간다’만큼 정감 있다. 인간의 유한함 속에서 챙겨갈 만한 건 정말 ‘살아간’다는 진실 밖에는 없을 것이다. 누구 말마따나 ‘그게 다’이지 않냐고. 



13

“오늘은 생각이 많아요. …나도 다 됐다싶은… 암튼 그래요.” 


자책하는 동료의 이야기. 내가 신은 아니지만 두 가지 이야기를 아마도 지면에선 할 수 있겠다. 일단 운이 좋지 않았어요. 그리고 또 하나, 충분히 열심히 하지 않았던 거에요.



14 

“그 어디에도 새로운 말은 없다. 지극히 여유로운 평범한 말에 새로운 의미나 특별한 울림을 부여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작가 김소진은 새로운 단어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단어를 발굴하려고 했다. 그것이 ‘한글’이어서 더할나위없이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저 발언은, 내가 읽은 그 어떤 그의 글과 발언 중에서도 단연 잊고 싶지 않은 문장이다. 다만,

김소진의 글이 널리 회자되지 않는 것이 아쉽다. 나에게조차도… 좀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카피라이터인데요, 카피도 그렇습니다. 말을 만드는 건 좀 민망해지죠. 역시 말은, 있는 말을 잘 골라서 쓰는 게 멋집니다.



15 

비틀즈에 감명 받은 것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요? 저는 존 레논의 노랫말에, 서서히 긴 시간에 걸쳐 감명을 아직도 받고 있습니다. 물론 비틀즈의 노랫말은 아닙니다만. 


“상상해보세요, 천국이 없다고.” 


정확히는 ‘없다고 상상해봐’라는 대목입니다. ‘없었다고 상상’, ‘없을 거라고 상상’ 등도 저의 감명에 해당이 됩니다. 제 청춘의 시절 지금의 아내가 옆에 없었다면, 지금 없다면, 내일부터 없을 거라면…‘ 같은 것부터. 또, 

일요일 저녁 무렵의 그 시간이 없다면 빼앗긴 금, 토의 온종일과 일요일의 낮시간이 얼마나 힘겨울까요? 

내게 눈이 없다고 상상해보면… 보질 못하거나 듣지를 못한다면… 



16 

“타인은 지옥이다.” 


20대엔 참, 샤르트르의 책을 많이 가지고 다녔네요. 아마 읽었던 건 몇 편 되지 않을 거에요. 암튼 샤르트르의 [닫힌 방]에서 유래했다는 그, 문장입니다. ‘나 이외의 모든 이’가 타인이라면… 우리에겐 가족도 지옥일 수 있어요. 가족과 타인은 양립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가족을 사랑하지 않을 이유도 없겠지만, 분명한 건 가족도 지옥이라는 의미에서 타인이라는 것입니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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