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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워리어스

by 현진현




자세히 들여다보면, 베이시스트와 피아니스트가 보인다. 2인조의 재즈였을 것이고, 나는 아마도 마흔이 되지 않았을 것 같다. 저곳은 부산 어느 호텔의 로비가 분명하다. 저 사진이 찍힌 며칠 전까지 저 호텔에서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렸다. 프랑스의 칸처럼 영화제가 끝나면 곧바로 광고제가 진행되었던 것 같다.

제1회 부산국제광고제. 그렇다면 2008년이고 (인터넷을 찾아봤다.) 저곳은 부산해운대호텔이다. 내 머리칼은 오른쪽은 조금 길고, 왼쪽은 투블록의 한쪽처럼 잘록했을 것이다. 저 사진은 효진이가 찍었던 것 같다. 인규는 저 순간 뭘 하고 있었을까? - 효진이는 흑백필름을 넣은 콘탁스 자동카메라를 가지고 왔었다. 나는 아마도 세상의 걱정을 한 아름 안고 있었다. 나는 늘 그러니까.

요 며칠만 살펴봐도 그렇다. 회사의 같이 일하는 한 분이 좀 업무적으로 불편하게 하는 것을 걱정하다 연휴를 맞이하고서는 큰 아이가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것을 걱정하다가, 그 걱정마저 작아지니까 다시 회사에서 해고당하면 어쩌지 걱정하고, 그 걱정마저 버리고 나니까 잘못 말려들어간 아그파 흑백필름을 현상소에서 잘 끄집어낼까 그걸 걱정하고, 급기야 이 지저분한 내 방을 어떻게 정리할까 걱정하고, 잊지 않고 처가에 명절인사를 드려야지 걱정하며 아, 나는 정말 새로운 소설의 생각 말고 소설 쓰기를 시작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하고... 걱정하고...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라고는 하지만 걱정된다는 내 걱정을 인식하는 순간부터는 걱정이 조금 사라지는 느낌이다.


늘 그렇지만 이런 걱정들은 독서의 부족에서 오는 기현상이고 본질적으로 나는 이렇게 생겨먹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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