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친정에 갔다. 올 추석부턴 '각자 하자'고 해서 나는 이미 집에 다녀왔고 아내는 지금 아내의 집에 가 있다. 연로한 장모님을 만나기 위해서는 며칠 정도로는 부족하겠지만, 갔다. 조금 전까지 오랜만에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치우고 다른 쓰레기도 지웠다. 오전에는 연휴의 계획부터 남은 올해의 계획도 재정비했다. 하루 남은 연휴에는 다음 주에 있을 프레젠테이션 내용을 워싱하기로 했다.
오후에 엔리코마이나르디의 바흐를 들었는데 오래된 레코드가 막 볶아낸 커피처럼 눈앞에 연주하는 몸짓까지 냄새가 퍼지는 것처럼 펼쳐낸다. 50년대 녹음이 들려주는 디테일이 정말 아름답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는다. 33 rpm으로 정속으로 레코드는 돌고 있지만 왠지 슬로비디오 같다. 평소 엔리코마이나르디가 연주한 바흐가 어느 정도는 명성에 불과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하다고 느꼈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최고봉은 아니겠지만 멋진 준봉들을 만들어 낸다. 마치 좋은 사진 속에서 흔들리는 사람 같았다. 자기 자신을 위한 연주가 아니라면 저렇게 연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술은 영원히 자기 자신을 위한 행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