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화를 처음 본 것은 신혼시절에 갔던 신흥사에서였다. 나중에 살던 아파트 화단에서도 상상화를 몇 년 지켜보았다. 태풍이 쓸고 간 뒤라서였는지 신흥사 대웅전 마당의 상상화는 예닐곱 정도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파트 화단의 상상화는 '늘' 하나의 대궁만 늠름했다.
연휴에 들른 도립 물향기수목원에는 상상화 군락이 있었다. 아, 이것 독특하다... 알다시피 상상화는 꽃과 잎이 다른 시기에 피고 난다. 그래서 이 둘은 영원히 만날 수 없다. 그래서 '상사화'라고도 부른다. 이 외로운 꽃들이 또 모여있다니... 슈만의 피아노곡 아인자메블루멘(Einsame Blumen)은 상상화 군락으로부터 온 건가... 외롭지만 이웃이 느껴지는 사랑스러운 그 선율.
일생을 그리워하며 보낸다는 상상화의 꽃과 잎.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서로를 그리워한다... 지독한 형벌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지금껏 평생을 무엇인가 그리워한다. 그 무엇을 만난 적이 없어서 그리워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우선
내 옆에 있는 '늘 만날 수 있는 너'에게 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