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Vivian Maier)라는 여자는 뉴욕과 시카고에서 보모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년 전에 비비안 마이어의 일대기를 읽었다. 물론 책에는 그녀의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었고 거의 모든 사진에 크든 작든 감동이 있었다. 책에는 없는 사진이었는데 마이어의 포스터북에 있는 저 사진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롤라이플렉스로 찍은 저 사진의 나이 지긋한 커플이 마치 나와 아내 같았기 때문이었다. 최근에 마이어에 관한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데 저 사진이 보였고 프로젝션 옆의 저 사진 액자도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저럴 때 가장 행복하다. 그게 가장 감동적이었던 이유다.
또 하나의 큰 감동 혹은 깨달음은 마이어의 작업에서 왔다. 마이어는 필름값에 거의 전재산을 투입했고 '늘' 사진을 찍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현상하지 않은 필름과 인화하지 않은 필름이 굉장한 양으로 쌓여있다고 했다. 마이어는
찍는 행위에 매우 집중했다.
'내가 이 사진을 찍어서 어디에 쓰지?'라는 자문은 필요 없었다. 마이어에겐 찍는 행위가 곧 살아가는 행위였다. 그 점이 감동적이었고 엉터리 사진을 찍고 있는지 모를 나에게조차 동질감을 획득하게 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