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th Paragraph
기주야, 너 왜 왔어? 문득 묻고 싶었지만 어쩐 일이야? 정도로 물어보려고 했다. 그런 찰나에 기주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선배... 수희 알잖아요. 수희가 죽었어요. 수희가 누구지? 수희가 누구였더라? 근데 어떻게... 젊은데... 설암이었어요. 수희... 수희 선배랑 친했잖아요. 수업도 같이 듣고, 과 후배 아니었나? 선배랑 친했어! 수희가 죽기 전에 선배 얘길 했어요. 나도 막 되게 친한 것 아니고, 수희가 사학과 수업을 많이 듣다 보니까 좀 친했던 거예요. 수희가 누구인지 떠오르지 않았다. 나랑 친했다고? 누구지... 누구지... 기주는 수희를 설명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한참을 들어도 나는 수희가 떠오르지 않았다. 나 자신도 떠오르지 않았다. 불과 몇 년 전이었을 텐데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수희는 숨을 거두기 전 나에 대해 메모를 했다. 즐거웠다고 썼다. 그렇게 기주가 전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