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과 이별에 대해서 생각했다. 기주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잊는 데에, 기억하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니라 기억하지 않는 데에 대략 3년이 걸린다. 내가 정한 기한은, 경험적으로 그랬다. 하지만 죽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 보지를 못했다. 영원히 떠나보내는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는... 이별해 보았자였는데... 이별해 봤자 어디선가 다시 만나겠지 지구 반대편이든 옆동네든 저 멀리 남단이든 같이 숨을 쉬고 같은 시간을 먹고살지 않겠냐고. 그런데 세상 밖으로 삐져나간 너와 너의 시간들과 너와의 기억들은 어떻게 되돌릴 수가 없다. 네가 세상으로부터 망각된다면 너의 뇌와 감각과 마음에 죽치고 남아있던 나의 존재 또한 망각에 이를 것이 분명하다. 아, 너는 죽음에 이르러 너는 내가 궁금해했던 세상의 원리를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죽음은 예정된 대단한 것이었다. 너에게 예정된 동시에 나에게 예정된, 어떤 대망각이었다. 이 망각에는 균열이 있었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 죽음에 기대지 않은 망각이 바로 그 균열인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