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기억을 구걸하는 거지인 양 느꼈다. 이십 년 전 쯤 프랑스 한 지방에서 마주친 집시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닌 게다가 늙지도 병들지도 않은, 그들 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면 도무지 알 길이 없는 왜 구걸을 하는지 모를 어떤 모자의 구걸처럼. 나는 나를 알 수 없어서 나를 구걸하는 거지일까 싶었다. 그해 여름인가 가을인가 린다김이라는 교포 로비스트에게 국방부의 장성들이 사랑을 구걸했는데 그 장군들이 세상에서 가장 거지 같아 보여서 나쯤은 거지축에 들지 못했을 것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