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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마음이 있었을까

by 현진현
골대 속 골대.jpg

어느 새벽에는 문득 사진을 찍고 싶었다.


며칠 후 밤, 꿈을 꾸었다. 내 앞에 프레임이 만들어져 있었다. 나는 바닥에 엎드렸다. 그랬다가 다시 일어나 값비싸다는 이유로 물컹한 여러 겹 가방에 싸둔 카메라를 꺼내기 위해 애를 썼다. 드디어 나온 카메라는 프레임과 프레임 속에 보이는 나무와 풀과 바람과 꽃(꽃은 잘 보이지 않았다.)을 찍기에는 서툰 장비였다. 나는 가방 속 다른 파우치를 열심히 열었고 카메라를 찾아 손에 쥐고 다시 엎드렸다. 프레임 속에 프레임이 들어와서 셔터를 눌렀다. 아, 포커스... / 어림짐작으로 거리 계산을 하고 포커스를 맞춘 다음 다시, 셔터를 눌렀다.


깨어나 가만 생각해 보니 그 미끈한 바닥은 지하철 바닥이었던 것 같았다. 소설점을 가둔 프레임은 지하철 전동차와 전동차가 연결된 곳에 있는 네모난 문들의 중첩, 그리고 나무와 풀과 바람과 꽃은 사람들 그러니까 남자와 여자 어린이 노인이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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