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신 제빵소
처음 도전한 탕종 식빵에 만족하지 못한 아부지는 다른 종류의 식빵을 만들어보기로 하셨다. 나는 왜 아부지가 많고 많은 식빵 중 옥수수 식빵을 선택하셨냐고 여쭤봤다. 이유는 단순했다. 엄마랑 내가 옥수수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밥과 옥수수 중 선택하라면 망설임 없이 옥수수를 선택하는 엄마는 우리 가족뿐만 아니라 친척들 사이에서도 '옥수수 킬러'로 통한다. 하지만 '껍데기는 엄마고 알맹이는 아빠'인 나는 체질까지 아부지를 똑 닮아 옥수수를 먹으면 쉽게 체한다. 그래서 통조림 옥수수나 밥에 넣어서 푹 찐 옥수수 알갱이가 아니면 옥수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아부지께 난 옥수수를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아부지는 3초 동안 머쓱해하셨다. 그러고는 바로 '엄마가 옥수수를 좋아해서'로 이유를 바꾸셨다.
옥수수 식빵은 다른 식빵들과 다르게 밀가루와 옥수수 가루를 섞어서 반죽을 한다. 옥수수 가루를 섞기 때문에 쫄깃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스트를 다른 식빵에 비해 더 넣어야 한다. 하지만 빵을 만들 때 건강을 최우선시하시는 아부지는 '설탕, 이스트, 버터'를 최소로 넣기로 하셨다. 하지만 빵이 잘 부풀고 잘 익기 위해서는 이스트가 꼭 필요하다. 이스트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시던 아부지는 더 건강한 옥수수 식빵을 만들기 위해 직접 효모를 기르기 시작하셨다.
옥수수 식빵 만들기 자체가 발효를 두 번이나 해야 하는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효모를 기르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과 정성이 많이 필요했다. 발효종을 만든 후에 거기에 밀가루를 넣고 효모가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효모를 어찌나 애지중지 키우시던지 우스갯소리로 우리 집은 반려동물이 아니라 '반려 효모'를 기른다고 하면서 '효모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효모님은 열에 예민하시기 때문에 너무 덥지는 않으신지 춥지는 않으신지 잘 확인해야 한다. 그래서 전자레인지 옆, 열선 옆 등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효모님들을 열심히 키웠다. 하루 동안 잘 키운 효모님들을 밀가루, 옥수수 가루와 섞어 반죽한 다음 다시 냉장고에 넣어 하루 동안 숙성시킨다. 빵틀에 넣어 다시 한 시간 숙성시킨 후 오븐에 굽는다. 이렇게 옥수수 식빵 하나를 만들 때까지는 꼬박 3일 정도의 시간과 엄청난 정성이 들어갔다.
오븐에 반죽이 들어간 후 처음 도전해 보는 식빵에 대한 초조함, 기다림, 기대의 시간이 지나고 옥수수 식빵이 나왔다! 옥수수의 고소한 향기와 맛을 살리면서도 효모님의 열일로 촉촉한 식감까지 모두 잡은 옥수수 식빵은 대성공이었다. 갓 나온 따끈따끈한 식빵을 먹어보니 부드러운 빵 사이로 톡톡 씹히는 옥수수 알갱이의 맛이 일품이었다. 잘라서 잼이나 땅콩버터를 발라먹어도 잘 어울리고, 밤식빵처럼 통째로 뜯어먹어도 맛있었다. 아부지의 정성과 옥수수 알갱이가 듬뿍 들어간 옥수수 식빵은 이제 아부지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어 우리 집 아침 식탁에 자주 오르는 빵 중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