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신 제빵소
식빵에 이어 아부지가 도전한 빵은 치아바타였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치아바타는 "인공첨가물을 사용하지 않고 천연재료만을 이용해서 만드는 이탈리아식 바게트 빵"이다. 치아바타(ciabatta)라는 이름은 이탈리아 말로 슬리퍼를 의미하는데 기다랗고 넓적하며 가운데가 푹 꺼진 빵의 모양이 슬리퍼와 닮은 데서 유래했다. 치아바타는 천연효모로 만들어진 건강빵만을 고집하는 아부지의 베이킹 철학과도 일치하고,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거나 올리브 오일과 발사믹 식초에 찍어서 그냥 먹는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식빵보다 쓰임새가 좋아 엄마가 아부지한테 치아바타를 만들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엄마와 나는 소문난 빵순이다. 심지어 유럽여행을 길게 나갔을 때 밥이나 라면을 꼭 먹어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우리는 한 달동안이나 유럽에 있으면서 빵과 현지 음식만 먹어도 끄떡 없다. 반면 아부지는 완전한 한식 쟁이로 적어도 하루에 두 끼는 한식을 먹어야 한다. 그 두 끼 중 한 끼는 꼭 밥이어야 한다. 빵순이인 엄마와 나는 치아바타며 깜빠뉴며 온갖 종류의 빵을 섭렵했지만, 빵에 별로 관심 없는 아부지에게는 치아바타며 식빵이며 다양한 종류의 빵들이 모두 '빵'으로 퉁쳐지는 것이다. 당연히 치아바타를 만들어보라는 말에 아부지는 "치아...뭐? 그건 또 뭐여" 라며 반응하셨다.
으르신의 베이킹 사전에 포기는 없는 법, 먼저 유 선생님(*유튜브)에게 하루 꼬박 가르침을 받았다. 감자 치아바타, 플레인 치아바타, 올리브 치아바타 등등 여러 종류의 레시피를 빨강, 파랑, 검정의 펜으로 받아 적었다. 집에 있는 베이킹 재료를 꼼꼼히 살핀 다음 어떤 치아바타를 만들지 결정했다. 제일 처음에 만들 빵으로 식빵 중 탕종 식빵을 선택한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평범함은 거부했다.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플레인 치아바타 대신 감자 치아바타를 선택했다. 밀가루, 물, 올리브 오일, 소금 등을 넣고 반죽한 다음 숙성시킨다. 감자는 익히지 않고 넣으면 빵을 구울 때 설익을 수 있어서 얇게 자른 다음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렸다. 숙성시킨 반죽에 감자를 넣고 오븐에 넣었다.
처음 나온 치아바타의 모양은 정말 이탈리아 길거리에서 파는 것 같았다. 노릇노릇 익은 외양은 합격! 부푼 마음을 안고 잘랐는데 이런.... 안이 좀 덜 익었다. 내부까지 익히기 위해서 겉이 조금 타는 것을 감수하고 한 번 더 오븐에 돌려야 했다. 우리 집 오븐은 이번에도 "아유 개갈안나는구먼(*어떤 일의 진행과정이 시원치 않음을 일컫는 충청도 사투리)"이라는 아부지의 지청구를 10분 동안 들어야 했다. 오븐 시간이 다 됐다는 흥겨운 노래가 나오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치아바타를 확인했다.
뚜껑 부분이 좀 탔지만 속은 부들부들 맛있는 치아바타가 탄생했다. "아이 유튜브에서 보던 치아바타는 속에 커다란 구멍이 뽕뽕 있드만....." 영상에서 보던 치아바타보다 구멍이 작게 나왔다며 아부지는 조금 실망하셨다. 하지만 엄마와 나는 빵의 간도 딱 맞고 속이 말랑말랑하고 촉촉하고 너무 맛있다며 아부지를 추켜세웠다. 아부지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그려?"라며 당신이 만드신 치아바타를 조금 잘라 드셨다. 모양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맛은 기대 이상이었기에 드시고 나서야 아부지도 웃으셨다. 아부지가 만든 치아바타에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를 얹고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려 만든 샌드위치 맛도 일품이었다. 치아바타는 부들부들하고 그냥 먹어도 맛있어서 더 많이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는데 반죽이 질어 손에 자꾸 묻는다며 자주 만들지 않으셔서 아쉽다. 아부지 치아바타 좀 자주 만들어주세요!